엔지니어링업체 절반이 무실적업체

　국토부, 43%···50억 미만 실적사는 91%

　/글로벌 역량 키우려면 제도개선 시급

　건설엔지니어링업체 중 무실적업체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실적이 있는 업체도 연간 실적 50억원 미만인 곳이 91%에 달해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를 위한 입찰제도 및 공사·용역대가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28일 국토해양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제5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 마련 과정에서 분석한 4차 계획 실적 및 평가를 보면 이 같이 분석됐다.

　시공과 비교해 계획, 타당성분석, 설계 등 고부가가치의 엔지니어링 영역 기술력은 극히 취약한 실정이란 게 국토부의 평가다.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실적은 연간 6조~7조원으로 100조원을 넘나드는 시공과 비교해 극히 미미하다. 무실적기업과 실적을 아예 신고하지 않은 건설사 비중도 42%에 달한다. 연간 실적이 50억원 미만인 곳도 10개 기업 중 9곳이 넘는 91%로 집계됐다.

　이런 산업환경에서 기술력 배양은 꿈도 못 꾼다. 국토부가 분석한 선진국 대비 국내 엔지니어링 기술 수준은 타당성조사가 75%이고 설계 수준도 77%로 시공(81%)에 비해 열악하다.

　글로벌 건설엔지니어링 연간 수주액(미국 ENR지)은 524억달러에 달하지만 국내 설계사 점유율은 0.5%에 그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비중은 미국(34.6%), 영국(11.6%)은 고사하고 주요 경쟁국인 중국(3.9%), 일본(2.4%)과 비교해도 7분의1과 5분의1 수준이다.

　국내 엔지니어링 역량을 높일 대안으로 국토부는 발주제도 합리화, 건설사업관리 활용 촉진, 감리업 역량 강화, 건설공사 기준 및 설계프로세스 선진화, 공사비 적정화를 제시했다.

　재정부와 국토부는 설계 기법을 제고할 턴키·대안입찰제 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건설사업관리 방식도 다각화하는 한편 감리원의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대안도 5차 계획에 담을 계획이다.

　나아가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응한 건설공사 기준 및 설계프로세스 선진화를 위한 노력과 실적공사비 전환비율 확대로 인한 실행 악화를 막을 공사비 합리화, 대가기준 선진화 노력도 병행한다.

　연간 실적 3000억원 내외에 머무는 건설사업관리제 수술도 병행한다. 최근 건설시장에서 건설사업관리제 활용비율이 높아지는 반면 질적 측면의 개선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감리제와 건설사업관리제를 통합해 건설사업관리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을 모색한다.

　국토부의 4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 평가실적을 보면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at Risk) 제도화가 미진했고 건설사업관리의 기술·가격 분리방식 전환도 추진되지 못했다. 그나마 건설사업관리 대가체계를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바꾸는 작업과 건설사업관리자의 등급 및 경력관리와 교육체계 정비마저 추진 중이다.

　건설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글로벌한 건설·설계·감리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적정한 설계용역비를 보장할 대가기준 선진화가 가장 시급하다”며 “용역별 특성, 난이도에 맞는 적정설계비 지급제 정착이야말로 시공부문과 마찬가지로 산업을 발전시킬, 유일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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