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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법정다툼 ‘소수점 반올림 분쟁’…모순vs관행 입낙찰 문제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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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소수점 반올림 싸움’으로 불렸던 100억원대 춘천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적격심사 기준 논란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문제를 제기한 건설사가 최근 조달청과의 1년여의 지리한 법정다툼에서 판정승한데다, 지방계약법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문제가 된 계약예규를 일찌감치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관행이란 이름으로 다소 모순을 감수하고 적용돼 온 각종 입낙찰 기준들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법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민사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강원지방조달청이 ‘춘천 J하수관거 정비사업’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가처분인용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재항고를 기각했다.
지난해 6월 이 사업에 최저가를 써내 적격심사 1순위로 선정된 D건설은 적격통과점수 커트라인(92점)을 넘지 못했다며 조달청이 부적격처리를 통보하자 적격심사대상자지위보전등 가처분신청을 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D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D건설에 대한 ‘자재 및 인력조달의 적정성’ 평가에서 기타경비 비율이 기준치 4.08%의 80%인 3.264%를 넘었느냐는 것이다. 이 회사의 입찰금액 중 기타경비 비율은 3.264228%였다. 수치만 보면 80%를 넘겼다. 하지만 조달청은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을 근거로 이를 소숫점 셋째자리에서 반올림해서 3.26%로 평가했다. 이는 기준율의 80%에 약간 못미치는 79.9%로, 조달청은 D건설에 만점인 2점 대신 1점만 줬다. 결국 D건설은 부적격 처리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D건설이 낸 가처분소송에서 3.264228%와 3.264%에 소수점 셋째자리 반올림 규정을 적용하면 3.26%로 같아지는 만큼 D건설의 기타경비 비율을 79.9%가 아니라 80%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누가봐도 수치상 80%인 결과에 대해 ‘소수점 셋째자리 반올림’을 적용해 79.9%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D건설에 대해 배점 2점을 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D건설은 적격심사 종합평점이 92점이 돼 낙찰자가 된다. 가처분소송이지만 사실상 본안소송에 준하는 판결인 셈이다.
반면 조달청은 여전히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수년간 적격심사서류 평가시 각 분야별 평가점수를 소수점 셋째자리에서 반올림하는 규정을 적용해왔다는 것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공공입찰의 대혼란과 2순위자로부터 소송 제기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이 사업의 적격심사 2순위자인 H건설은 1년 가까이 수주를 확신하며 결과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낙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소수점 셋째자리 반올림’ 규정을 따라 꽤 많은 1순위사가 탈락했고, 2순위사가 낙찰받았다”며 “정부기관이 정한 룰(규정)이 이렇게 흔들리면 도대체 뭘 믿고 입찰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행안부는 소수점 반올림 규정에 대한 일부 민원이 계속되자 지난 3월 이 규정을 아예 바꿨다. 시공경험이나 경영상태 등 적격심사 평가때 소수점 반올림 적용 자릿수를 종전 셋째자리에서 다섯째자리로 바꾼 것이다. 자릿수를 늘린만큼 적격심사평가점수 산정의 정확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종 민원과 법적분쟁의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섯째자리 반올림’ 규정의 일관성이다. 현재 적격심사에서 가격평가는 소수점 셋째자리 반올림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불만이 나온다고 주무부처가 해당 규정만 쏙 바꾸는 것은 다소 무책임하다”며 “더구나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바꾼 것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부 모순된 입낙찰 규정이 개정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문제인만큼 민원이 제기된다고 무작정 바꾸기보단 신중한 검토를 통해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또다른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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