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기획재정부와 건설·시공업계가 또 다시 입·낙찰제도 개선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이번 논란의 대상은 ‘운찰제’로 불리는 적격심사제도다.
전기공사협회, 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역 중소건설업계는 지난 16일 건설협회 부산시회 강당에서 기재부 주관으로 열린 ‘적격심사입찰제 개정(안) 경남권 설명회’에 참석해 정부의 개선안을 강하게 비난하며 설명회 자체를 무산시켰다. ▶관련기사 2면
이로써 5월 10일 처음 열린 충청권 설명회를 제외한 권역별 설명회(호남권-11일, 경북권-15일)는 모두 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24일 예정된 수도권 지역 설명회도 현재 취소된 상태다.
이번 설명회는 기재부가 입낙찰제도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적격심사낙찰제 개정안을 지역 업계에 소개하고,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기재부는 현재의 적격심사낙찰제가 공사수행능력이나 가격·기술경쟁력 대신 운에 의해 낙찰여부를 결정짓는 제도로 전락했다며 ▲입찰가격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 부여 ▲입찰가격과 공사수행능력 점수가 가장 높은 자를 낙찰자로 결정 ▲최저실행가격 미만인 입찰가격에 대해 낙찰 배제 ▲최저실행가격, 예정가격 비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마련,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 중소건설업계는 정부 개정안이 ‘낙찰하한율(예정가격의 80%)을 보장하는 현행 적격심사입찰제’를 ‘최저실행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제한적 최저가낙찰방식’으로 변경하고, 공사실적·경력기술자 등 공사수행능력 평가요소를 강화해 결국 대기업에만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가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입찰제도 개정안은 ‘운찰제’ 해소를 가장해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려는 꼼수”라면서 “정부 개정안이 전면 시행될 경우 덤핑입찰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견실한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시범발주 등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한 뒤 9월 중 적격심사제를 포함한 입찰제도 전면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와 업계 간 마찰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와 중소건설업계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전기공사업계와 지역·중소건설업계는 기획재정부가 2012년부터 최저가낙찰제를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려하자 ‘최저가낙찰제 개선안 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 실력저지에 나서 결국 ‘최저가제 확대 2년 유예’라는 성과(?)를 거둔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