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사 배제 등 부작용 탓에 업계는 반발

　학교, 기숙사 등 교육시설 BTL(임대형 민자사업)을 금융사 위주로 재편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건설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건설업계 BTL 담당 부서장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한 ‘BTL 실무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교육시설 BTL의 평가를 전담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교육시설환경연구센터(에듀맥)는 이런 내용의 개선안을 공개했다.

　기본방향은 민자사업자 선정 때 특수목적회사(SPC) 단위로 응모해 통합평가하는 현 방식을 금융사, 설계사, 건설사, 운영사를 분리평가해 선발한 후 각각의 사업자를 모아 SPC를 추후 구성하는 쪽이다.

　금융사ㆍ운영사는 공모방식으로, 설계사는 현상공모로, 건설사는 별도 기술제안입찰로 선발하는 새 기법이다. 에듀맥은 이날 현행 건설사 위주로 구성, 운용되는 SPC 구조도 금융기관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방향성도 명시했다. 6월 중에 최종안을 마련한 후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 시행하겠다는 게 에듀맥의 계획이다.

　개선안에 대한 건설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 동안 민자사업 컨소사업 구성을 주도했던 건설사들의 지위가 금융기관 밑에서 단순시공만 맡는 존재로 추락하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민자시공 물량만 건설사가 맡고 빠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SPC 일원으로 들어가는 이상, 과거 민자사업 추진과정 때와 동일하게 민원처리, 도면오류 관련 문제 등의 각종 잡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설계사, 금융사 선택권을 포함한 각종 권한은 사라지고 책임만 가중되는 안이므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 온 설계사나 금융사들이 함께 해야 민자사업 추진과정의 숱한 리스크를 관리, 극복할 수 있는데, 이런 협력구조가 붕괴됨에 따른 민자 특유의 효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에듀맥이 시공사 선정방식을 기술제안입찰로 고정한 점도 논란거리다. 에너지절감, 공법 등 일부 항목에 대한 설계VE(가치공학)만 허용하는 방식인데, 결과적으로 기술제안입찰에 능숙한 대형사들의 민자사업 과점현상만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한 중견사의 BTL 담당자들도 공공ㆍ민간ㆍ해외 등 다른 공사에 더해 민자사업마저 대형사에 빼앗기는 결과만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과거 도로, 항만 등 일부 민자사업에서 시공사를 배제한 금융기관 중심의 컨소시엄 구성 실험이 이뤄졌지만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하거나 선정된 후 시공사 섭외가 무산되는 등 결과가 좋지 않은 점도 업계 반대의 한 이유다. 특히 이런 새 실험이 다른 모든 민자사업으로 확산될 경우 건설업계의 사업영역 자체가 축소된다는 점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다.

    건협 관계자는 “민자사업이 결국 돈줄을 쥔 금융기관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는 건설사들도 공감하지만 권리는 없이 책임만 주는 구조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며 “최종안이 나오는 대로 업계와 문제점을 협의한 후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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