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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5개월째 '노무비 구분관리·지급확인제' 곳곳서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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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의 고질적인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도입된 ‘노무비 구분관리·지급확인제’가 성급한 시행 탓에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자체 운영하는 기존 사업관리시스템(PMS; Project Management System)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일일이 하도급업체의 노무비를 별도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부터는 이 제도가 국가계약법에 이어 지방계약법 공사로 확대시행되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의 건설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노무비 구분관리·지급확인제가 시행 5개월이 지났지만 일선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안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지난해 8월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3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건설근로자 임금보호 강화방안’의 후속조치로, 올 1월부터 국가계약법 관련 공사에 우선 적용됐다. 이는 원·하도급자가 노무비를 별도의 전용통장을 통해 관리(구분관리제)하고, 대금을 청구할 때 노무비 지급내역을 의무적으로 제출(지급확인제)하는 것이 골자다. 4월부터는 지방계약 공사에도 의무 적용되기 시작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노무비 구분관리·지급확인제가 적용된 공공공사를 통해 1만3340명의 건설근로자들에게 213억5600만원의 임금이 지급됐다. 국토부는 매달 15일까지 소속 및 산하 발주기관으로부터 이 제도의 적용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시행초기라 대상 공사가 많지 않다”며 “올해 신규 발주공사와 장기계속계약공사가 적용대상인만큼 향후 적용 공사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불필요한 업무부담만 늘었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특히 정부가 의욕만 앞서 서둘러 시행하다보니 건설사는 물론이고 발주기관도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견 규모인 A건설사의 철도공사 현장 관계자는 “노무비와 장비·자재비 등 기성을 따로 따로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발주처가 많지 않다”며 “공동도급 현장의 경우 노무비를 각 사별로, 지분별로 나눠야해 워낙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자동화된 사업관리시스템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의 현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B사 공무팀 관계자는 “기존 PMS에 이 제도를 적용하려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노무비 지급과 신청 등을 PMS로 못하고 별도로 처리하다보니 업무량이 급증했다”고 토로했다.
일일이 하도급업체와 별도의 협약서를 체결하는 것도 부담이다. 하도급업체 수가 많을 경우 해당 업체별로 임금 지급일에 맞춰 따로따로 노무비를 발주처에 청구하는 것도 꽤 많은 행정소요를 야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C사 관계자는 “어차피 노무비 지급이 안되면 현장에선 일 안한다. 이미 상당수 건설사들이 하도급업체의 노무비 지급현황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노무비 구분관리·지급확인제를 시행하면 정부에선 내세울 게 있을지 몰라도 업체들은 일이 너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새 제도를 시행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난주에야 ‘공사근로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 실무요령(안)’을 일선 지자체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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