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배신’으로 불리는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리니언시)가 또 한번 재정비된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한 과징금 감경 제한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다음달 22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2개 사업자가 가담한 담합 행위의 경우 1순위 신고자에 대해서만 현행대로 100% 면제를 인정하고, 2순위는 감면 혜택에서 제외된다. 2개 사업자가 담합 후 자진신고를 하면 모두 감경 혜택이 주어지는 현 제도의 허점을 보완한 것이다. 또 1순위 신고일로부터 2년을 초과해 신고하는 2순위자에 대해서도 감경 배제 조항을 추가했다.

　지금까지는 담합 사업자 수와 신고일 간격에 상관없이 담합 사실을 처음 신고한 업체에는 과징금 100% 면제, 2순위 신고자에는 50%를 면제해주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개의 소수 사업자간 담합에 대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회주의적인 늑장신고에 대한 감면혜택을 없애 리니언시 제도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담합 근절을 위해 1997년 정부가 도입한 리니언시 제도는 최근 3년간 담합 사건의 70% 가량이 이 제도를 통해 적발됐을 정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1999년 첫 사례가 나온 후에도 2004년까지는 매년 1건 남짓에 불과했다<표 참조>. 하지만 공정위가 2005년부터 조사 개시 후에 자신신고한 업체에도 과징금을 면제해주면서 봇물 터지듯 자신신고업체가 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조사 개시 전에 신고한 업체만 리니언시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과징금이 부과된 담합 사건 34건 중 무려 85.3%인 29건이 리니언시를 통해 적발됐다. 2009년~2011년까지 최근 3년간 담합 과징금 부과사건의 73.8%가 리이언시를 적용받았다. 2007년에 2순위 감경 폭을 상향(30%→50%) 조정했고, 2009년에는 공동 자진신고를 허용하는 등 꾸준히 제도를 정비한 덕분이다.

　건설업계는 상대적으로 타 업종에 비해 리니언시 적용이 적은 편이다.

　지난 2006~2008년 성남판교 9공구 등 8개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진흥건설 등 35개 건설사가 입찰담합한 것을 공정위가 2010년 적발해 총 4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로 꼽힌다. 앞서 2007년에는 하수관거 임대형 민자사업(BTL)에서 대우건설 등 7곳이 총 36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지만 리니언시를 통해 감면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상대적으로 리니언시를 통한 담합 적발이 적은 편”이라며 “아무래도 자진신고할 경우 업계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혀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리니언시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업계 불신이 확산된 것은 맞다”며 “공정위가 저가 공사발주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출혈경쟁을 막기 위한 업계 노력까지 담합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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