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대형사는 그룹물량 수혜로 64.5% 폭증

　건설업계의 허리가 끊어질 위기다.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위기업체들이 몰린 시공능력평가액 11~50위권 20개 건설사의 올해 1분기 수주실적이 25.8%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건설사의 1분기 수주증가율(28.1%)보다 53.9%포인트 낮다. 반면 ‘빅10’으로 불리는 10대 건설사의 수주실적은 64.5%나 폭증했다.

　한국건설경영협회가 13일 발표한 ‘2012년 회원사 1분기 국내 수주실적’은 15조2859억원으로 전년동기(11조5455억원)보다 평균 32.4% 늘었다.

　앞서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전체 건설사의 1분기 수주액 증가율(28.1%)을 웃도는 실적이다.

　반면 실적을 뜯어보면 극심한 양극화가 뚜렷하다. 10대 건설사의 국내 수주실적이 64.5% 폭증한 반면 50위권의 나머지 20개사의 수주액은 25.8%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해 실적을 제출하지 않은 회원사인 풍림산업까지 합치면 낙폭은 더욱 클 것이란 추정이다.

　주된 원인은 작년부터 몰아친 중견사들의 잇따른 워크아웃, 법정관리 탓이다. 발주기관별 수주액을 보면 민간수주는 재건축ㆍ재개발에 모그룹 물량까지 독점한 10대 건설사가 86.5%나 불어난 반면 기댈 곳이 마땅치 않은 중견사는 40.8%나 줄었다. 공공수주도 10대사가 10.5% 늘었지만 중견사는 오히려 2.7% 감소했다. 위기의 중견사들이 설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한건협 관계자는 “턴키ㆍ대안 등 대형공사에서는 빅10에 뒤지고 최저가 등 기타 공사에서는 중소업체에 밀린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워크아웃, 법정관리가 이들 건설사에 집중되면서 민간공사 수주마저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며 “‘중견사=부실업체’란 인식이 워낙 강해 이를 방치하면 건설산업의 허리가 끊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대형사와 중소업체 사이에 낀 사각지대인 중견사에 대한 정책적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건설산업의 토대가 흔들릴 것이란 설명이다.

　10대 건설사들의 1분기 수주 내용도 시원찮기는 마찬가지다. 그룹 물량이 주류인 30대 업체의 자체공사 수주액(1조3075억원)이 전년동기보다 5535.7%나 폭증했는데, 주된 수혜층이 10대 건설사이기 때문이다.

　당초 30대 건설사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해외 쪽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해외수주액(5조7958억원)이 전년동기보다 19.1%나 감소하면서 전체 수주액 증가율을 12.7%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매출액(19조914억원)은 전년동기보다 11.0% 증가했지만 해외매출이 49.9% 늘어나며 국내 매출 감소폭(-3.0%)을 만회한 덕분이란 분석이다.

　국내외 실적 차이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현장인력이 0.7% 줄어든 가운데서도 해외현장 인력은 44.1%나 늘었고 해외파견 직전에 교육을 받기 위해 머무는 본사의 인력도 10.0% 늘었기 때문이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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