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건설사 회생 길 너무 좁다

　수주 길 막히고 금융ㆍ보증사 횡포 가세

　/채권기관 콘트롤타워만이라도 정립해야

　“외환위기 때만 해도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죽이려고만 한다.”

　지난 10일 대한건설협회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개최한 조찬간담회에서 12개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이런 하소연을 쏟아냈다.

　말이 워크아웃(Workout,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이지, 채권단은 채권 회수에만 급급하고 보증기관들은 보증을 거부하기 일쑤다. 담보나 현금이 여의치 않은 위기업체들에게 담보나 현금예치가 없이는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한 참석자는 “채무자, 채권자가 함께 머리를 모아 도산만은 피해보자는 취지의 제도가 워크아웃인데,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워크아웃사라면 ‘당연히 정리해야 할 부실기업’이란 인식이 워낙 강하고 모두가 자기 몫만 빼먹고 죽이려는 궁리만 한다”고 답답해 했다.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금융기관 역시 부채탕감이나 상환유예, 심지어 신규 자금지원까지 했지만 현재 이런 도움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워크아웃이 채권기관들이 미수채권을 건지려는 ‘마지막 전쟁터’로 전락했다고 참석자들은 호소했다.

　워크아웃사들이 이날 가장 강력히 호소한 애로점도 채권기관의 횡포였다. 채권회수에 급급해야 하는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다. 채권기관협의회 내 수십개 기관들이 제각기 현금회수에만 치중하는 데다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한두개 기관만 손을 놓아도 바로 파국으로 치닫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적어도 주채권은행, 즉 주관은행을 정해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서로 다른 금융기관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신규 수주도 바늘구멍이다. 워크아웃이란 낙인이 찍힌 이상, 조합원들의 반발 탓에 재건축ㆍ재개발 등 주택사업 수주는 사실상 어렵다. 다른 민간공사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든, 단체든 공사를 주려 하지 않는 탓이다. 사업성이 아무리 좋은 공사라도 사업성 선별능력이 떨어지는 채권기관으로부터 퇴짜를 맞는 게 일상사다.

　공공 발주기관들도 워크아웃 업체를 입찰 때 아예 배제하는 경우가 많고 참여를 허용해도 낙찰은 ‘하늘의 별 따기’다.

　워크아웃사의 거의 유일한 물량은 공단, 협회, 단체 등과 같은 준공공기관들의 공사인데, 그마저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워크아웃사가 급증한 데다 이들 기관마저 감사 등을 의식해 공사 주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어렵게 수주를 해도 문제다. 정상업체보다 투입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탓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증이다. 일단 워크아웃사로 찍히면 수수료가 치솟는다. 담보 없는 보증은 꿈도 꾸기 어렵지만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마땅치 않다. 일부 발주기관들은 담보 대신 현금예치를 요구하지만 현금 확보에 목을 매는 워크아웃사로선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이에 더해 하도급 직불 등도 감수해야 한다. 가뜩이나 빡빡한 실행률로 수주한 공사를 정상업체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완공해야 하는 상황이니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길 자체가 원천봉쇄된 상태란 게 참석자들의 중론이다.

　워크아웃사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보증기관이나 민간 발주기관의 보증이나 담보 요구에 대해 리스크를 조금만 감수해줘도 사정이 낫지만 전혀 기대하기 힘들다”며 “과거 외환위기 때만 해도 국가계약법령에 워크아웃사에 대한 보증서 발급거부를 막는 조항이 있었지만 과거 폐지된 후 청와대, 정부 등에 아무리 탄원해도 수용하지 않는 상태”라고 아쉬워했다.

　건협 관계자는 “이날 건의 내용들을 토대로 한두 차례 더 모임을 가진 후 워크아웃사들의 건설공사 수행 단계별 애로점을 취합, 정리해 타당한 것들을 중심으로 정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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