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설부동산 시장 대응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는 얼어붙은 부동산경기를 살릴 대책을 준비 중인 반면 금융위원회와 환경부는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의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과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업계 반발이 거세다.

　금융위가 지난 4월23일 입법예고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안(6월22일 시행 예정)’에는 동일기업의 신용보증 한도를 총 신용보증재원의 30%에서 5%로 줄이는 조항이 담겼다.

　건설업계로선 8385억원(총 신용보증 재원 2조8000억원의 30%)까지 가능한 금융공사 신용보증 한도가 1397억원(종 신용보증재원의 5%)으로 급감해 신규 사업 추진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 자금조달이 용이한 일부 대형사를 빼면 금융공사 신용보증 없이 택지비를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미건설, 중흥건설, 모아건설 등과 같이 국민주택기금 등을 활용한 택지매입이 많은 중견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형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주택기금 대출을 늘리고 이자를 경감하고 있는 정부의 다른 한 켠에서는 실제 건설사들의소형주택 건설에 필요한 보증 길을 옥죄는, 반대 방향의 정책을 강행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견주택업체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7일 금융위에 해당조항 삭제를 공식 건의했다.

　주건협 관계자는 “소형 임대주택 공급정책에 적극 동참하려는 건설사들의 손발을 묶는 전형적인 엇박자정책”이라며 “보증기금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면 20% 내외 접점선의 한도를 정하거나 적용시기를 늦춰 업계 충격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정안을 강행하면 일부 건설사는 매입한 택지를 포기해야 하므로 주택공급 감소, 시장불안 가중 우려가 있어 정부와 주택소비자 입장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협회의 지적이다.

　환경부가 작년 12월 입법예고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령의 연면적 20만㎡ 이상 건축물의 환경영향평가 신설 방침도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부동산시장 안정을 저해할 요인이긴 마찬가지다. 서울시와 제주도가 연면적 10만㎡ 이상과 2만5000㎡ 이상 건축물의 환경평가를 의무조항으로 운영 중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일반 건축물의 환경평가를 의무화한 첫 개정이어서 파괴력도 만만치 않다.

　7월22일 개정령이 시행되면 이미 규제를 받는 서울 외 지역의 초고층건축물 건축기간이 300일(의견수렴 30일, 평가 200일, 보완 70일) 늦어져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시장안정에 필수적인 주택공급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연면적 30만2000㎡의 부산 월드비즈니스센터, 연면적 57만㎡의 부산 롯데타운 등과 같이 부산, 인천, 대전 등지에 추진 중인 초고층 랜드마크 건축물로서는 경기침체로 인한 미분양 리스크에 더해 사업기간 연장, 금융비용 가중으로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결국 분양가상한제처럼 업계의 주택공급 여력을 약화시켜 시장안정을 저해하는 결과를 빚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런 의견을 토대로 총리실과 관련부처에 개정안의 이중규제 가능성을 지목하고 폐기할 것을 건의했다. 주택대책을 마련 중인 국토부도 지난 주 국무조정실의 조정회의 때 환경부에 개정조항의 재고를 요청했지만 환경부 의지에 밀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로선 이어질 총리실의 규제심사 때 막아야 할 형편이다.

　건협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처럼 침체된 민간의 주택건설 활동을 더 위축시킬 중복규제인 만큼, 폐기해야 하며 굳이 평가를 해야 한다면 현행 건축심의나 인증제를 활용해 중복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은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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