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심 변별력 놓고 정부간 엇박자

　재정부, 100억~300억원 적심 강화

　공정위는 50억원 미만 변별력 완화

　적격심사 공사를 둘러싼 부처별 정책이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면서 업계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00억~300억원 미만 정부 적심공사의 변별력 강화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3억~50억원 미만 지자체 적심공사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촉구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이런 엇박자 정책의 목표가 결국 지역중소건설업계의 주된 물량인 적심공사 낙찰률을 낮춰 예산을 줄이는 쪽에 있다는 판단 아래 강력히 저항할 태세다.

　재정부는 오는 10일 충청권 건설업체 대상의 설명회(충남대 백마홀)를 시작으로 11일(호남권), 15일(경북권), 16일(경남권), 24일(수도권)까지 적격심사제 개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개정안을 보완한 후 6~8월까지 10건 내외의 시범사업을 발주하고 9월 관련규정을 개정해 전면 시행한다는 목표다.

　개정방향은 평가 변별력을 강화해 부적격업체의 낙찰을 배제하고 견실한 업체의 수주가능성을 높이는 쪽이다.

　공정위도 행안부에 3억~50억원 미만 지자체 적심공사의 수술을 주문했지만 방향은 변별력을 떨어뜨리는 반대방향이다. 현행 시공경험 평가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진입장벽을 낮춰 건설업계의 응찰 기회를 늘리는 게 핵심이다.

　개선안이 모두 시행되면 100억~300억원 미만의 정부 적심공사 문턱은 높아지고 3억~50억원 미만의 지자체 적심공사 문턱은 낮아진다. 같은 적심공사인데 한쪽은 변별력을 강화하고 다른 쪽은 이를 약화하는 엇박자 정책인 셈이다.

　건협 지방시회의 한 관계자는 “대표적 경제부처 및 기관으로 꼽히는 재정부와 공정위의 정책마저 반대 방향으로 흐르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느냐”며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만 해도 작년 건설업계의 결사반대 의지를 경험했다면 깨끗이 접는 게 순리인데, 변칙적 적심제 개정으로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업계의 전반적 분위기는 2개 개선안을 모두 거부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건설산업 공생발전의 최대 걸림돌인 공사비 삭감이란 동일한 저의를 가진 조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부의 적심 개선안에 대한 반발 강도는 작년 최저가낙찰제 확대 추진 당시에 버금간다. 지난 4일 열린 대한건설협회의 ‘제16대 중소건설업육성위원회 5차 회의’에서도 개선안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한 참석위원은 “작년 무산된 최저가낙찰제 확대방안을 변칙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수주영역이 축소되는, 대기업만을 위한 대책이므로 범건설업계 차원에서 저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역별 설명회 개최 자체를 막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일단 정부 입장을 충분히 들은 후 신중히 대처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재정부가 시범사업 발주과정에서 낙찰률이 80% 미만으로 떨어지면 개정방침을 철회하고 상위업체 종속으로 등급제가 훼손된다면 공사수행능력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업계에 전했지만 개선안 시행 후 지켜질 지에 대한 의구심 탓에 반응은 시큰둥했다.

　개선안의 필수 경력기술자 평가방식이 고급기술자 스카웃 경쟁 부담을 가중시키고 변별력 강화책이 상하위 건설사간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상당했다.

　다른 한 위원은 “중소건설업계의 실적축적 기회가 사실상 차단되면 실적확보를 위한 저가투찰이 불가피하고 결국 건설업계가 공멸한다”라며 “정부가 적심을 운찰제로만 인식하는데, 적심제는 과거 숱한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의미있는 결실이자 지역중소업계의 보호막이며 이에 대한 수술은 결국 업계간 대립,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위는 이날 논의 결과와 7일 열릴 시도회장단 회의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 대응방향을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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