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대형 백화점 등 쇼핑 매장은 냉방 가동 등 수급 비상 ‘나몰라’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당국이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비 예보가 있던  2일 전국의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예비율이 7% 아래로 떨어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경 순간 전력수요가 5900만kW를 넘기면서 전력예비량이 456만kW로 떨어졌다. 전력예비량은 공급능력에서 현재 전력수요를 뺀 부분으로, 자칫 발전소 가동이 하나라도 잘못되면 지난해 9.15사태때와 같은 블랙아웃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전력비수기인 이맘 때에 일일 최대전력수요가 오후 3시에 나오는 건 드문 현상이다. 보통 전력비수기에는 오후 8시 전후로 하루 중 전력수요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29도. 오후 2시경 기자가 서울에서 대형 쇼핑몰 등이 밀집해 있는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를 찾았을 때 전력량 급증으로 비상근무상황에 돌입, 건물 전체에 대한 긴급 소등을 비롯해 엘리베이터 가동마저 중단시키는 등 긴박한 분위기였다.

특히 무더위로 인한 건물내 냉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사무실 내 직원들은 어두운 환경에다 찜통더위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결국 일부 직원들은 무더위를 식히려고 계단을 통해 건물밖으로 나가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거리에는 일찍 찾아 온 더위로 반소매 옷을 입은 행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더위에 미쳐 대비하지 못한 정장차림의 시민들은 웃옷을 손에 들고 거리를 이동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전 직원들이 긴박한 움직임과는 달리 국내 대표적인 대형 매장인 인근의 L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쇼핑매장은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하철로 연결된 L백화점 입구에 다다르자 냉방을 최대로 가동한 듯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고 있었다.

백화점 내부로 들어서자 마자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냉방이 가동되고 있었다. 정부의 여름철 실내 권장온도인 25도. 하지만 본격적인 여름도 시작되기 전 때 이른 반짝 더위에도 이를 훨씬 밑도는 냉방이 가동돼 정부의 지침 준수는 말뿐이었다. 심지어 백화점내 1층에 마련된 테이크아웃 커피점내에는 더위를 피해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이제 5월초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더위에 전력수급이 급증, 전력예비율이 한자리 수를 기록하는 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 8월에는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