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지자체에 오염원인자 부담법칙에 따라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빗물요금제 도입이 추진된다.

24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비점오염원 관리를 위한 빗물오염 요금제 도입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며 구체적인 정책 입안을 위한 사업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물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지자체별 도시개발사업의 조감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불투수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요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빗물정원과 생태 저류지, 완충지 외 기존 도로를 투수성포장 방식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요금 산정은 GIS 방식과 항공사진을 통해 불투수면적을 집계, 시간당 강우량을 통해 강우 유출수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산정된 요금은 상하수도 요금에 합산하거나 연간 단위의 세금으로 부과된다.

현재 ‘빗물요금제’는 미국 북서부를 중심으로 적용되는 추세다.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는 저영향개발 시범지역을 지정해 빗물관리조례를 제정하고, 지자체와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대대적인 도시 배수시스템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단계’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환경부도 해당 제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부는 불투수면에서 발생하는 강우 유출수가 하수처리시설로 흘러 들어가는 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빗물요금제’에 따른 요금 부과 방식이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빗물관리를 못한 지자체가 낸 요금을 재원으로 삼아 합류식 하수관거를 분류식 하수관거로 교체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도시 홍수피해 예방대책 마련 차원에서 추진 중인 도시 배수시스템 개선 사업의 핵심 키를 ‘빗물요금제’가 쥐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하천오염 부하량의 67%를 비점오염원이 차지하는 가운데 비점오염원에 대한 정부 대책이 그동안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하천살리기와 도시 배수시스템 개선 차원에서 ‘빗물요금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도 계속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최종적으로 제도 도입을 결정한다 해도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안이 ‘요금제’다 보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해외 요금 산정방식 기준에 대한 연구조사가 완료되는 7월 이후 정책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최지희기자 jh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