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전력공사(SEC), 아부다비 전력공사(TAQA), 카타르 국영석유공사(QP), 이슬람 개발은행(IsDB) 등 중동지역 핵심 발주처와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한국에 온다.

　오는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중동 콘퍼런스(MENA Conference 2012)’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는 ‘제2의 중동 붐’을 맞아 우리나라와 중동지역의 주요 기업 52곳과 금융기관을 비롯해 정부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첫번째 대규모 회의다.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우리나라의 건설·플랜트 기업도 30여곳이 참가한다. 이를 계기로 최근 중동 건설시장의 흐름과 특징을 짚어봤다. MENA는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인 중동과 북아프리카(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을 말한다.

　◇먹거리 풍성해진 시장

　도로·철도 등 기초 인프라 중심이었던 ‘1차 중동 붐’과 달리 최근에는 플랜트, 원전, 의료, IT 등으로 프로젝트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중동국가들은 요즘 집짓기에 관심이 많다. 인구 급증과 전후 재건사업 덕분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3월 주택부를 신설하고 주택 5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도 전후 복구를 위해 주택 100만호를 건설할 계획이다.

　의료분야도 새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자스민혁명 이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우디는 100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86개 신축병원을 포함한 162개 의료시설 건설을 추진중이다.

　철도·공항 등 운송부문 투자도 꾸준하다. 국토가 넓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철도 건설을 추진하는 반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소규모 국가들은 철도보다는 공항 건설에 주력한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에 대비해 350만달러 규모의 통합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화와 인구증가에 따른 전력난 해결을 위한 전력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 지역에서 풍부한 석유·가스를 활용한 화력발전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규모의 쿠라야(Qurayyah) 복합 가스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중이다. 모로코, UAE 등을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수요도 높다.

　◇금융조달이 수주 좌우

　기술과 가격 외에 금융조달 능력이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의 열쇠로 부각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시장의 큰 손이었던 유럽계 자금이 이탈한데다, 자본건선성 규제인 ‘바젤Ⅲ’ 도입으로 은행들의 PF 참여가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 발주자 요구에 따라 프로젝트 입찰시부터 입찰 참여자가 재원조달 방안을 함께 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83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사다라(Sadara) 석유화학단지사업의 경우 발주처가 한국기업에 입찰참여를 요청하면서 수출입은행에 3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의향서 발급을 의뢰했다. 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한 조달규모가 총사업비의 절반인 90억달러에 달한다. 103억달러 규모인 카타르 바르잔(Barzan) 가스처리설비사업 역시 발주처인 카타르 석유공사가 입찰기업에 금융조달방안 제출을 요구했다.

　기획재정부 허장 대외경제총괄과장은 “중동 발주자들은 금융조달 규모가 크고 투자기간이 길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각국의 수출신용기관의 금융지원을 선호한다”면서 “각국 정부도 자국 기업의 프로젝트 수주 지원을 위해 정책적으로 수출신용기관의 자금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기자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