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사는 2010년 6월 ○○○리조트 건축 현상설계에 참여하면서 환경분석,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각각의 외주업체에 맡겼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하도급계약서는 현상공모 심사(7월20일)가 끝나고 1~2개월 뒤인 8~9월에야 체결했다. 각각 계약금액은 5000만원과 300만원.

　#2.

　B사는 2011년 7월 발주처 □□□으로부터 당초 설계금액보다 38억원 가량 감액을 받자 5개 외주업체에 400만~1500만원을 각각 감액했다. B사는 이들 외주업체에 감액기준과 금액 등이 기재된 서면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

　#3.

　C사는 2011년 11월 △△△설치공사와 관련해 하도급대금을 6개월 늦게 지급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지연이자 1600만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서면계약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엔지니어링·건축설계 분야 대표기업 7곳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엔지니어링, 한국전력기술, 서울통신기술, 디섹, 에이에스엠엘코리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등 8곳을 상대로 약 2개월간 실태조사를 벌였다. 매출액 2000억원 이상 14개 업체 가운데 최근 3년간 공정위 조사를 받지 않은 곳들이다. 공정위가 엔지니어링·건축설계업종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2009년~2011년까지 3년간 하도급계약 가운데 서면계약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구두계약’을 중점조사했다. 이외에도 하도급계약금액을 줄일 때 감액 사유, 기준 등이 기재된 서면을 미리 수급 사업자에게 알려야 함에도 통지하지 않은 사례를 적발했다. 하도급대금을 일률적으로 부당하게 줄이거나 지연이자를 주지 않는 등 일반적인 하도급법 위반 사례도 있었다.

　인민호 공정위 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장은 “조사대상 8곳 중 에이에스엠엘코리아를 뺀 7곳에서 법위반 협의가 포착됐다”며 “특히 건축설계 업종에서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들 7개 업체의 구체적인 법위반 사례를 공개하고 상반기 중에 처벌 종류와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무혐의 처분을 받는 곳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 경고조치나 시정권고, 시정명령, 과징금 등의 강도높은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상업체 관계자는 “현행 발주시스템상 구두계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이제와서 처벌한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7~8월께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시스템통합(SI) 등 용역분야 총 6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 서면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 결과에 따라 현장조사 여부가 결정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약서가 없으면 단가인하, 하도급대금 감액, 대금 미지급 등 불이익을 당하고도 입증할 근거가 없어 정부나 법원에서 구제받기 어렵다”면서 “이번 조사를 계기로 업계에 관행화된 구두 발주, 부당 단가 인하, 기술 탈취 등 3대 불공정행위가 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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