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A건설회사는 앞으로 새로 짓는 건물에 중국산 차단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원가절감이 기업의 최대 미션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주택용저압차단기에도 IEC 국제규격이 적용되면서, 값 싸고 기준에도 부합하는 중국산 저압차단기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특수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던 저압차단기업체들이 중국의 발 빠른 추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산 저압차단기의 국내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시장에 유통된 중국산 제품은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중국 기업 역시 올해 한국시장 진입을 목표로 생산 공장을 증축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기업들이 올 초 적용된 IEC 기준에 맞춰 제품 금형을 제작하고 있는 사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 저압차단기 업체 대표는 “중국산 가격은 국내 제품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원가를 아무리 줄여도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은 따라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체 임원 역시 “이 같은 추세라면 작은 규모의 국내 중소기업들은 올해 안에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다수의 업체들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이 우리나라의 저압차단기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차단기 산업 육성정책을 발표, 2013년 한국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높이고 2020년엔 세계 차단기업계 2위국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저압차단기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품질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에서 앞설 수 없으면 품질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제품의 국내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기 전에 양질의 제품을 개발, 시장을 지켜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