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개월간 전력거래가격(SMP)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한전 등 전력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MP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겨울철로 접어든 지난해 11월부터다. 지난해 10월 1kWh에 123.7원이던 SMP는 한 달 뒤인 11월 140.6원으로 뛰었으며, 12월에는 146.6원을 기록했다.
상승세를 탄 SMP는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안 보였다. 올 1월 147.9원/kWh로 출발한 SMP는 2월 159.9원으로 올랐으며, 3월에는 177.5원까지 치솟았다. 1년 전인 2011년 3월 SMP가 1kWh에 123.7원임을 감안할 때 50%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왜 이런 기현상이 발생한 걸까.

◆SMP 고공행진, 이유는〓 우선 계절적 요인이 SMP에 반영됐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는 원자력, 유연탄 등 경제성 높은 대형 발전기 외에도 LNG, 유류 등 값비싼 발전기도 전부 돌려야한다. 그만큼 SMP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같은 현상을 전부 설명할 순 없다. 겨울철 전력수요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원인은 발전용 연료가격이 크게 오른데 있다.
지난 3월 연료별 가격추이를 살펴보면, 원자력은 1년 전 대비 11.3% 상승했다. 유연탄도 14.5%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SMP를 결정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유류와 LNG다. 유류는 36.2%, LNG는 22.2%나 상승했다.
SMP 결정횟수를 발전원별로 살펴봐도, 1년 전과 비교해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난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유류발전기가 SMP를 결정하는 비중은 전체의 1.2%였다. 나머지 98.9%는 LNG발전기였다.
하지만 올해 3월에는 유류발전기가 20.6%로 크게 늘었다.
전력사정이 그만큼 안 좋아졌다는 방증이다. 경제성이 가장 떨어지는 유류발전기마저 전력생산에 대거 동원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유류발전기가 얼마나 비싼지는 열량단가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지난 3월을 기준으로 1Gcal를 내는데 원자력은 1606원이 들었다. 유연탄은 2만3974원이 들어갔다. 반면, LNG는 7만4888원, 유류는 무려 10만2515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비싼 유류발전기가 안정적 전력수급이란 명분 아래 쌩쌩 돌아가며 SMP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엇갈리는 표정〓 상황이 이쯤 되자, 전기사업자들의 표정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속 타는 건 한전이요, 휘파람을 부르는 건 발전사다.
한전은 지난해 3월만 해도 1kWh를 전력거래시장에서 구입하는데 83.36원을 냈다. 그러나 1년 뒤인 올해 3월에는 같은 1kWh를 사는데 111.25원(잠정치)이나 지불해야만 했다.
LNG, 유류 등 국제시세 변동분을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지난해 7월 도입됐다지만, 이 역시 한전의 경영실적 개선에 사실상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정부가 물가상승을 이유로 연료비 인상요인을 전기요금에 연동시키지 않아서다. 현재 한전의 회계장부상에 영업이익으로 잡혀있는 미수금은 3000억원이 넘는다.
반면 발전사들은 여유로운 자세다.
전력성수기인 겨울철, SMP를 높게 적용받은 만큼 실적개선에 호재로 작용해서다.
SMP는 전력비수기인 4월 들어서도 162.03원/kWh(1~10일 잠정치)를 기록하는 등 고점을 형성하고 있다. 전체 공급능력이 넉넉하지 않아서다. 올여름 전력성수기를 앞두고 대형발전기들이 잇달아 수리에 들어간 이유가 크다. 이달 3일 강풍을 동반한 꽃샘추위로 예비전력이 한때 안정권인 500만kW 밑으로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정계수라도 빨리 조정되길”〓 민간발전사들은 요즘이야말로 ‘이대로’를 외칠 만하다.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들은 모기업으로부터 ‘보정계수’라는 일종의 에누리할인을 받는다지만, 민간발전사는 SMP를 100% 적용받는다.
민간발전사들은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LNG는 유류보다 약 27% 저렴하다. 이윤을 더 많이 남길 여지가 크다.
민간발전사 중에는 SK E&S(옛 케이파워)가 특히 많은 이윤을 남긴다.
SK E&S가 보유한 광양복합화력 1~2호기의 경우 3월 연료비원가는 1kWh에 고작 48원 정도다. 울진, 영광 등 원자력발전소 다음으로 싸다. 국내 유연탄발전기 가운데 연료비가 가장 적게 든다는 태안화력 7호기(50.11/kWh) 보다도 경제적이다.
3월 기준으로 광양복합을 빼고 경제성이 가장 높았던 LNG발전기는 중부발전의 인천복합 2호기(126.41원/kWh)였다. 광양복합의 연료비원가는 여타 LNG발전기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한전으로선 이래저래 속탈 일이다.
한전은 발전자회사에 적용할 보정계수만이라도 앞당겨 조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정계수는 1월 1일과 7월 1일 연중 2차례에 걸쳐 조정된다.
전력산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모·자회사간 수익조정을 위해 보정계수를 새로 고쳐 5월부터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시장운영규칙 개정 등 각종 절차를 고려해봤을 때 5월부터는 어렵고 6월 1일부터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