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전반 관수시장에서 기술 경쟁이 불붙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관수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이 늘면서 업체마다 고유의 개발 제품을 앞세운 물량 확보전이 전개되고 있다.
주요 배전반 업체들의 관수 진입 확대는 현재 민수시장의 상황이 워낙 여의치 않은 데 따른 자구책 성격이 짙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민수에서는 안정적인 물량과 수익성 확보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관수는 전체 배전반 시장의 약 40% 규모인 3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현재 관수 주력기업 몇 곳을 빼놓고는 대부분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배전반 제조업체들은 민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정 마진과 물량 확보를 실현할 수 있는 관수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관수시장의 ‘빅 3’로 불리는 케이디파워와 베스텍, 서전기전 외에도 세종전기공업, 한광전기공업, 일렉콤, JK알에스티, 대신파워텍, 신한중전기 등 중견 업체들이 관수 공략에 사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조달우수 제품 등록을 마쳐 치열한 수주전이 진행 중이다.
세종전기공업(대표 김세은)은 부분방전 현상에서 발생하는 펄스의 발생빈도와 크기를 측정, 위험도를 평가·분석할 수 있는 진단장치를 내장해 설비를 보호할 수 있는 ‘부분방전 진단 수배전반(SMART SG)’이 관수 공략의 첨병이다.
특화된 친환경 고체절연 LBS, VCB를 적용해 배전반의 주 고압모선을 기존의 횡배열에서 종배열로 설계, 설치공간도 76% 축소시켜 원가절감도 월등하다는 설명이다.
일렉콤(대표 이기현)의 ‘내진기능을 갖춘 수배전반’은 비상전원설비의 내진 설계가 의무화되는 최근 추세에 발맞춰 조명받는 제품이다.
자동조심 베어링, 우레탄 고무, 내진스프링 등으로 지진력을 분산하고 기둥과 보의 지지앵글의 내력을 강화하는 특허기술을 적용했다. 가격도 기존 제품과 비슷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광전기공업(대표 유기현)도 관수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이다.
NEP인증과 조달우수 등록을 마친 ‘영구자석형 전자개폐기를 적용한 전동기제어반(HMC-8000)’은 소비전력을 줄이고 대기전력을 95%이상 감소하는 획기적인 에너지 절약형 기기로 불리고 있다.
신한중전기(대표 백문현)는 중성선 대체기능을 구비한 배전반으로 관수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성선의 접촉불량과 단선 여부를 검출, 단선으로 판단되면 경보와 동시에 중성선을 예비선로로 대체하고 설정된 시간 안에 경보해제 요청이 없으면 차단기를 개방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신한중전기 관계자는 “민수는 경쟁이 워낙 치열해 기업들이 관수 공략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며 “올해 신제품을 앞세워 관수에서만 전년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제품에 대해 “해외 경쟁력이 없는 국내 조달 표준에 불과하다”며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배전반의 기능 확대와 고유 성능 강화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당경쟁에 따른 출혈수주의 악순환 고리 속에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관수시장만한 대안도 찾기 어렵다”면서 “단순한 영업전을 벗어나 품질 경쟁이 활성화된다면 전반적인 기술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