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건설 하도급에 관한 규제는 ‘건산법’과 ‘하도급법’ 2개의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어 타 산업에 비해 과도하게 규제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도급법’은 건설업에만 적용되는 규제를 두면서도 다른 규제는 다른 산업과 동일하게 모두 적용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김흥수)은 ‘건설 하도급 법령 체계의 합리적 개편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건설하도급 규정을 ‘건산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하도급법상 하도급 거래에서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인한 불공정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 비해서 우월적 지위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산업은 독과점 산업이 아니어서 일반적으로 특정한 하도급자도 다수의 원도급자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또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현저하게 불이익한 요청을 해도 대부분 하도급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아니어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하도급법’의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의섭 건산연 연구위원은 “하도급법은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의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거래하는 행위’ 중 하도급 거래에 관련된 사항을 별도로 규제키 위해 1984년 제정하고 198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도급법의 제정 취지는 특정한 하도급 거래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키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됐고, 이는 오히려 하도급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키도 해 특정한 하도급 거래를 불공정 행위로 인정해 신속하게 하도급자를 구제하기 위하는데 있었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하도급법 제정 시 벤치마킹한 일본의 ‘하청대금지불지연등방지법’도 건설하도급은 적용 대상이 아니며 건설공사 하도급에 대해서는 일본 ‘건설업법’의 하도급에 관한 규정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건산법은 하도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 중 현금 결제 비율 유지 의무, 어음 만기율 유지 의무 및 원도급자의 금지 사항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또 건산법에서 하도급 계약의 적정성 심사를 할 수 있어 하도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도급자의 금지 사항으로 인한 효과도 건산법의 하도급 계약의 적정성 심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한 이후 하도급자의 부도 등으로 자재공급자나 장비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 하는 경우, 이들 업자들이 공사현장 등을 점거함으로써 원도급자는 이를 해소키 위해 대금을 이중으로 지급하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또 건설하도급은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수가 많아 완전경쟁에 가까운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하도급 거래에서 원도급자의 하도급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렵고, 하도급자의 불공정 행위로 인한 원도급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증가하는 실정이다.

그는 “건설업은 일정한 장소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건설하도급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하도급과 동일한 규정으로 규제하는 것보다는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건산법’에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