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젠드라 파차우리(Rajendra Pachauri)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UN IPCC) 의장과 모하마드 엘바라데이(Mohamed Elbaradei)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인구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환경파괴, 에너지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8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문화재단이 주관해 열린 ‘2012 에너지 미래 심포지엄(장소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 “기후변화, 극빈국 피해 더 커”
라젠드라 파차우리 UN IPCC 의장은 “급속한 산업화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1970~2004년 사이에 70%나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기본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대로 가면 온실가스 증가로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1.8∼4℃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PCC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지구 평균기온은 0.74℃ 높아졌다. 특히 지난 50년간 기온 상승률은 100년간에 비해 2배가량 가파르다.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려 지난 100년간 해수면이 평균 17cm가량 올라갔다.
해수면 상승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바닷물이 연안으로 파고들어 지표수의 염도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인도의 경우 1인당 마실 수 있는 물이 2050년경 현재대비 3분의 2로 줄어들 전망이다. 식량부족은 보건문제와도 연결된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인류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실로 다양하고 중대하다”며 “줄어든 강우량으로 울상을 짓는 저개발국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농업 생산량이 크게 줄어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나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나라는 선진국”이라며 “선진국 때문에 이들 빈곤국가가 고통 받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선진국들은 생산기지를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으로 이전하면서 이같은 고통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1970~2008년 자연재해와 관련된 사망 중 95%가 개도국에서 일어났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환경을 안정화하려면 에너지산업이 가장 크게 기여해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수요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원자력발전, 사실상 유일한 대안”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은 “1년 전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나는 25년 전 체르노빌 사고를 먼저 떠올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이제 막 태동한 원자력르네상스가 중단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확실히 답할 수 있다”고도 했다. 체르노빌사태와 달리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숨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도 했다.
다만, 당시 일본은 핵관련규제가 약했고, 정부와 산업계의 관계가 너무 밀착돼있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독일, 스위스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솔직히 말해 이 계획이 실현될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인도는 계속해서 원전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 역시 그렇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에너지문제에 원자력이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며 “각 나라는 자기상황에 맞게 전원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가 요즘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이 역시 간헐적이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며 “대용량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단기적 대안은 사실상 원자력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원자력시설과 핵연료주기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며, 핵확산금지조약을 강화해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구현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