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 노무비 지급확인제 ‘골치’

　매월 실근무내역 파악… 대책없어 발만 동동

　

　올 1월부터 시행된 건설근로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 도입을 놓고 건설업계가 골치를 앓고 있다.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건설근로자의 월단위 실근무내역을 작성해 발주자에게 노무비를 청구해야 하는 만큼 업무량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말 공공공사 건설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을 방지하고자 ‘건설근로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 지침’을 마련, 올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지침에는 원수급인이 근로자 실근무내역 확인서를 발주처에 제출한 뒤 발주처는 건설근로자에게 실제 지급된 임금 지급내역을 확인한 후 청구된 노무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발주자와 원수급인은 노무비 지급사실을 해당 근로자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해 임금지급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사전에 알리도록 했다.

　공공공사에서 건설근로자의 임금 체불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난 데 따른 조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개념도 및 지급시행절차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무비 청구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해도 시간 및 노하우 등이 부족한데다 비용 및 인력 배정마저 쉽지 않은 상태다.

　당장 이달부터 건설근로자의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거나 지연할 때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하는 규정도 골치꺼리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A사 관계자는 “정부도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시범사업이나 공청회조차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강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급여) 이체내역서만 제출토록 해놨지만, 근로자 급여 확인서 등을 추가로 요구할 것으로 보여 업무량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안은 공감한다. 하지만 컨소시엄 현장이나 외국인근로자, 신용불량자 임금 지급 현황 확인 등을 어떻게 해야할지 대안조차 내놓지 않은 채 제도 도입만 앞세운 것은 무책임한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천지역의 B사 관계자는 “임금지급확인제를 시행하려다보니 외주계약, 자재계약, 자금지원, 영업수주, IT개발 등 다양한 부서업무가 겹친다. 이를 조율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면서 “노무비 관리만 전담할 인력 배정 및 신용평가정보회사를 통한 시스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 같은 문제 등은 원수급자가 감당해야 할 과제로 평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및 퇴직공제부금 등을 이미 시행해온 만큼 충분히 가능한 정책으로 판단했다”면서 “건설근로자 임금보호 강화방안에 공감한다면 업계가 이 같은 문제를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