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의 끊임없는 침체, 해마다 감소하는 전기공사물량, 갈수록 치열해지는 통신공사업계와의 업역 경쟁 등···’
국내 전기공사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대내·외 환경은 갈수록 팍팍해지지만 업황이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으면서 전기공사업체들의 경영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전·충청권을 기반으로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했던 대형 전기공사업체마저 경영악화로 부도를 맞는 등 이제 전기공사업계는 성장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길순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의 고민도 바로 이런 문제다. 녹록치 않은 업계 상황을 정면 돌파하고, 1만3000여 전체 회원사의 생존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가 최 회장이 요즘 고민하는 가장 큰 현안이다. 전기공사업계는 ‘전기공사’라는 하나의 기술로 묶인 한 가족이자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리의 업역을 잃을 수 있습니다.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준비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2월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제23대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에 추대된 최길순 회장은 지난 2년 6개월(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 포함) 간 협회를 운영한 결과 앞으로 남은 2년이 업계와 협회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기간 동안 총선, 대선 등 굵직한 정치현안이 이어질 뿐만 아니라 건설경기의 회복여부와 스마트그리드·신재생에너지 등 각종 신성장동력의 진행방향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업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적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의 2년은 결코 헛되게 보낼 수 없다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종합적인 마스터플랜 수립 추진=때문에 최 회장은 불확실한 미래 전기공사업계 환경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마스터플랜에는 앞으로 2년 간 전기공사업계와 협회의 100년 대계를 위한 중·단기 전략들이 종합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를 통해 ▲전기공사업 등록기준의 재검토 ▲정권교체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분리발주 폐지 움직임에 대한 근원적인 대응책 마련 ▲중소 전기공사업체를 위한 전기CM제도 연구 ▲적정하도급 대금 확보 등 전기공사업계의 현안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즉 회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전기공사업법 개정을 통해 경영애로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전기공사업법 전반에 대한 개정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아 정부에 건의해 전기공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해 나갈 것입니다. 또 어렵게 도입한 전기CM제도는 분리발주 강화와 업역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전기공사업의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불합리한 제도개선과 동반성장 환경조성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최 회장은 업계의 근간인 전기공사 분리발주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수주물량 확대와 적정공사비 확보를 통해 회원사의 경영생산성 향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전기CM제도의 합리적인 시행기준을 마련, 분리발주 강화와 업역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전기공사 현장의 인력난, 인력수급의 미스매칭 등을 해결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보다 중·장기적인 실천방안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최 회장은 말했다.
“22일 열린 제47회 정기총회에서도 인력난 해소방안으로 교육훈련장과 교육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시설과 강사진, 교육프로그램을 대폭 보강해서 회원사들이 안정적으로 기능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중견기술자를 양성하는 특수대학 설립이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소신입니다. 일종의 전기공사 마이스터 대학과 같은 형태죠. 교통과 교육환경이 우수한, 또 전기공사업계를 상징할 수 있는 좋은 입지를 선정해서 전기공사 마이스터 대학을 설립한다면 중견기술자 양성뿐만 아니라 전기공사업계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건설경기와 갈수록 열악해지는 업계 상황으로 인해 협회 수입이 감소하면서 사업축소가 불가피지고, 여러 구상들이 좌초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협회의 사업축소는 결국 업계의 어려움을 가속화시키는 중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회 회원사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확실하고도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앞으로 2년 간 이런 문제를 포함해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들을 만들고, 난관 극복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게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기공사업계 일심동체 필요=그렇다면 앞으로 2년 간 전기공사업의 성장·육성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최 회장은 그 답으로 ‘단합된 힘’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전기공사협회를 비롯해 전기공사공제조합, 전기신문, 전기산업연구원 등 전기공사업계의 성장을 염원하는 모든 기관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같은 목소리를 낼 때 업계의 힘은 더욱 커지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단합된 힘의 중심에는 한국전기공사협회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전기공사협회가 대정부·대국회 관계에서 더욱 힘을 갖고 업계 발전을 위한 더 많은 성과물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전기공사협회 회장에게 모든 힘이 실리면 독선적으로 운영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편견일 뿐입니다. 전기공사협회도 이사회, 시·도회장 회의 등 각종 의사진행 기구가 있는데, 어떻게 회장 혼자서 독선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최 회장은 전기공사협회가 전기공사업계의 중심에서 정부와 국회, 발주처에 업계 의견을 전하는 것을 대다수 회원들은 찬성할 것이라며 이는 업계 발전과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신성장동력 확보, 신규업역의 도전, 제도변화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주변에 높은 산들은 많은데, 동력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그 산들을 넘을 수 있겠습니까. 전기공사업계의 모든 힘이 압축된 ‘강한 협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013년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 선거, 2014년 제24대 전기공사협회 회장 선거를 통해서 업계 단합을 이루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 회장은 업역 간의 경쟁과 관련해서도 현재 분리돼 있는 전기공사와 통신공사 업역이 장기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게 올바른 방향이며, 그 작업을 위해서라도 우선 전기공사업계의 단합을 이루는 게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제표준으로 봐도, 세계적인 흐름을 봐도 전기공사와 통신공사가 분리된 현 구조는 분명 기형적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전기·통신업계의 성장을 위해 두 업역은 국내 사정에 맞게 상호 협력하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라도 일단 전기공사업계의 단합을 이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기공사업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통신공사 업역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밝힌 청사진은 업계 발전을 위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강조한 최 회장은 회원사들의 성원과 격려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될 수 있다면서 지지와 관심을 당부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100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업계의 현안인 물량 감소와 인력부족, 신성장동력 창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신문사, 전기산업연구원의 내실있는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전기공사업계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모두가 하나로 결집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처럼 한국전기공사총연합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힘을 키워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기학회를 비롯해 전기 관련 산·학·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뜻을 모은다면 전기업계는 장차 국가 경쟁력 향상의 핵심 축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누군가가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변해야 합니다. 그 중심에 전기공사협회가 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