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통 중 변전(變電)은 전기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곳으로, 우리 몸으로 치면 동맥을 통해 공급 받은 혈액을 쉼 없는 펌프질로 신체 곳곳에 공급하는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때문에 심장이 막히거나 멈추면 우리 몸이 제 기능을 못하듯이 전력공급 계통 중에 변전소가 작동을 멈춰서면 세상은 암흑천지가 된다.
지난해 12월 6일 발생한 울산산업단지 대정전의 원인도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154kV 용연변전소에서 이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직 기기결함이나 시공 상의 실수인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변전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산업단지의 공장은 올 스톱하고 피해는 1000억 원에 달했다.
여수산업단지를 비롯해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산업단지의 대규모 정전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변전소에서 이상이 생기면서 정전이 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계통 중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변전소는 749개소에 달하며 올해 준공 예정인 86건의 변전소를 합할 경우 올해안에 800개소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계통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의 변전설비 운영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변전 고장률(건/100MVA)은 지난해 0.0068에 달했다.
한전은 또 변전소 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현재 무인화율은 81.7%에 달하며 이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변전설비가 거의 완벽에 가까울 만큼 유지·관리되고 있는 것은 한국전력이 변전소 설비 유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 지난 1996년부터 전력계통의 최고의 엔지니어링 기업 육성을 목표로 ‘ 변전 전문업체’ 제도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국내의 전기관련 공종 중 유일하게 전문(專門)수식어가 붙는 분야가 변전이다. 전기분야선 그만큼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분야로 인식돼 왔다.
변전 전문업체 인증을 받기 위한 과정도 까다롭다. 변전전문업체가 되기 위해선 필수 장비는 물론이고 반드시 6명으로 구성된 1개 팀이 있어야 한다. 팀원은 필수기술자격 1명, 필수기능자격 2명, 일반기능자격 2명, 품질관리 1명으로 구성되는데, 필수기술자는 우리나라에 현재 총 332명 밖에 없어 엔지니어링 분야 최고의 전문직으로 꼽힌다.
필수기술자가 되기 위해선 일반기능 3년, 필수기능 5년의 경험을 쌓은 후에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합격률도 30% 수준이다. 변전전문 업체들은 지난 15년 넘게 인력양성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전력계통의 심장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변전소 유지· 보수에 매달려 왔다.
전문업체도 지속적으로 늘어 변전 전문업체 모임인 ‘변전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약 46개였던 업체들이 현재는 160여개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전문 기술자가 양성되고, 변전분야 전문 업체는 확산됐다.
하지만 변전분야 기술발전을 이끌어 온 변전 전문 업체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위기를 맞고 있다. 힘들게 변전 전문 자격을 딴 업체들이 자격을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0년부터 매년 10여개 업체가 자격을 포기하고 있으며 올해는 1, 2월 두 달 사이에 4개 업체가 자격을 포기했다.
김은수 변전협의회 회장은 “변전 전문 업체들이 이제 한계에 이른 것 같다”며 “필수 기술자를 포함한 1개 팀을 운영하기 위해선 1년에 2~3억 원의 인건비가 드는데,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전의 발주가 줄어들면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전협의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변전 유지·보수 분야 총 공사금액은 지난 2008년 1158억원이던 것이 매년 감소해 지난해는 절반 수준인 632억 원 정도 였다. 업체당 평균 수주액도 2008년 5억3000만원에서 지난해는 2억 1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업체 수는 2008년 보다 40여개 늘어났다. 전력계통의 심장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변전분야에 뛰어 들었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며 변전 전문(專門)업체로서 위상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