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개발예산 책정액이 지난해보다 1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사회복지비용과 같은 고정비용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지자체 스스로 충당할 수 있는 수입액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로 개량이나 하천 정비 등 지자체의 각종 건설 사업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책정한 경제개발비의 총액은 6조5127억원. 지난해 7조6498억원보다 1조원 이상 감소했다. 경제개발비는 농림수산업과 도로개량, 지역개발 등 지자체 경제 활동에 필요한 사업예산을 포함된 항목이다.

　전체적으로 경제개발비가 축소된 가운데 도로개량비와 지역개발비 등 건설관련 예산이 1000억원 이상씩 감소했다.

　올해 지자체가 책정한 도로개량비는 1조501억원으로 지난해 초 책정한 1조2859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줄었다. 지자체가 작년 초보다 한해 도로개량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반면 계량이 필요한 도로 면적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 올해 지자체들은 추산한 비포장도로와 미개통도로, 도시계획도로 가운데 집행이 안된 도로 면적은 5억9876㎡으로 지난해 초 집계한 미계량도로면적 5억8651㎡보다 많은 상황이다. 개량해야할 도로는 늘었지만 오히려 책정된 사업 예산은 줄어든 셈이다.

　도시공원이나 하천 등 지역개발예산에 필요한 예산 규모도 축소됐다. 올해 집행이 필요하다고 추산된 지역개발비는 1조9509억원으로 지난해 2조3712억원보다 4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렇듯 지자체가 올해 지역개발 예산 수요액을 줄인 이유는 자체 수입 감소로 재정 여건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올해 보통교부세 교부를 위해 도출한 지자체 재정력 지수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 174개 지자체 가운데 재정력 지수가 1을 넘는 곳은 서울시 등 7곳에 불과했다. 119개 지자체는 지난해보다 재정력 지수가 하락했다.

　재정력 지수는 지자체의 연간 수입을 행정활동 경비로 나눈 수치다. 재정력 지수가 ‘1’을 넘으면 자체 세입만으로도 지자체 운영 경비를 충당할 수 있어 중앙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다.

　재정력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중앙정부의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대부분의 지방재정 여건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보통교부세 지원 대상 지자체의 올해 기준재정수요액은 59조2626억원이지만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준재정수입액은 28조6545억원에 불과하다. 이들 지자체의 올해 재정 부족분은 30조608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초 추정된 재정 부족분 28조3362억원보다 재정 여건이 더 나빠졌다.

　악화된 재정여건에는 늘어난 복지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올해 지자체가 추정한 사회복지비는 8조1912억원으로 지난해 8조2060억원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재정 여건이 악화됐다고 해서 복지비를 큰 폭으로 축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재정 부족분은 정부가 내려보다는 보통교부세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29조1884억원인 올해 보통교부세 재원을 감안하면 1조5000억원 가량의 재원 공백이 발생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기준재정수요액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올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예산 규모”라면서 “지자체 수입과 보통교부세를 합하더라도 지출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면 예정된 사업도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