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됐던 2011~2012년 겨울, 적어도 지금까진 ‘전기 보릿고개’를 그럭저럭 잘 넘기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는 게 전력당국의 설명이다.
27일 전력거래소(이사장 남호기)에 따르면, 동계수급 대책기간인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전력수요가 7000만kW를 넘겼던 날은 총 19일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기간(52일) 중 약 36%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중 기록했던 24일간에 비해 닷새 줄어든 수치다.
이달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전력수요가 7000만kW를 웃돈 날은 모두 열하루(11일)였다. 1년 전과 비교해 여드레(8일) 감소했다.
조사기간 중 전년대비 전력수요가 증가한 날은 25일(48%)에 불과했다. 나머지 27일(52%)은 1년 전보다 수요가 오히려 줄었다.
최대전력수요도 1년 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0시 최대전력수요는 7286만5000kW까지 올랐지만, 이는 지난해 1월 16일(7313만7000kW)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급예비력도 넉넉한 편이다.
가장 낮았을 때는 지난해 12월 19일로 595만2000kW였다.
이처럼 전력수요가 당초 전망보다 낮게 형성된 까닭은 기온 영향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전국 평균기온은 영하 4.4도였다.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 3번째로 추운 달이었다.
특히 서울은 단 이틀을 제외한 29일 내내 하루 최고기온이 영하에 머물렀다.
반면 올 1월 평균기온은 영하 2.7도로 1년 전보다 높았다. 난방용 전력수요도 이에 따라 1년 전보다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고강도 절전대책도 ‘약발’을 듣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하루 1000kW 이상 쓰는 7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피크시간대(오전 10∼12시, 오후 5~7시) 전력소비량을 10% 감축할 것을 지난해 12월부터 의무화했다.
100~1000kW인 전국 4만7000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난방온도를 20°C 이하로 제한케 했다.
에너지절약 실천법이 담긴 지침서를 반상회, 아파트 관리사무소, 주민자치센터 등에 배포하는 등 대국민 절전홍보도 강화했다.
덕분에 일일 최대전력수요가 오전 10~11시에 발생했던 예년과 달리, 올겨울엔 1시간 앞당겨진 오전 9~10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진행 중인 수요관리도 전력수급난을 더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해 9월 15일 터진 순환정전사태도 하계수급기간 이후에 발생한 만큼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며 “3월 초순까지는 긴장의 끈을 놔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