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막대한 자본과 시장 영향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중소기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친(親)중소기업 정책을 강화하려는 여러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봄날’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의 대표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는 것을 정부에 공식 촉구했다.
입법 발의권과 부처 간 행정조정권이 없는 중소기업청의 형태로는 중소기업 정책을 제대로 입안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기중앙회는 “50년간 대기업 중심의 압축성장이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의 희생과 대기업 중심의 하청구조를 강화시켰다”며 “중산층 붕괴와 기업·계층 간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기적으로 중소기업부 신설은 정치권이나 국민이 모두 원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앙회는 또 공정한 기업생태계 정착을 위해 3불(不), 즉 제도 불합리·불공정거래·시장 불균형 해소에 힘쓸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납품단가 조정협상 권한을 협동조합에 부여하는 제도와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방안 등을 검토·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경제계의 최대 이슈였던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관련해서도 중소기업들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제조업에 이어 유통과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도 적합업종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와 중소기업계 차원에서 배전반과 변압기, 개폐기, GIS 등 제조업 적합업종에 대한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4대 그룹 대표들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나 ‘자율적인 공생발전 계획’을 밝힌 것도 중소기업에 호재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물류 분야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자제하고 비 계열 독립 기업에 사업기회를 개방키로 한 것.
이는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스스로 타파하겠다는 뜻이다.
중소기업계는 20대 기업이 기존 수의계약의 절반만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면 4조6000억원 가량의 물량을 중소기업이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기조합 등은 소기업 소상공인 우선구매 제도와 관련, 상반기 안에 2억5000만원 이하의 경우 협동조합이 우선계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기계 한 전문가는 “부의 편중과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적합업종 등 새로운 정책들이 시행 또는 추진되고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 등은 대기업의 자율 노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엄격한 법집행과 감시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