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에 있는 히로세코리아(대표 이춘재).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커넥터를 주력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가 연중 전기를 많이 쓰는 시기는 6~8월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0~12월이다. 전력수요가 가장 높게 치솟을 때는 2731kW에 달했다. 값싼 산업용 요금을 적용받는다 해도, 회사 입장에선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와중에 한 업체로부터 ‘최대전력 관리장치’를 설치해보란 제안을 2010년 받았다.
이 장치를 달면 아래, 위로 들쭉날쭉하던 전력부하를 고르게 다듬을 수 있다는 것. 이로써 전기요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전기요금 중 일정부분을 차지하는 ‘기본료’는 동·하계 전력수요가 가장 높이 올랐을 때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부하가 낮아지니 기본요금이 줄어들고, 전체 전기요금도 그만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히로세코리아는 이 장치를 구축하는데 약 1800만원을 들였다.
예상대로였다. 최대전력수요는 종전 2731kW에서 385kW 낮아진 2346kW에 머물렀다. 피크가 종전대비 16% 낮아진 셈이다. 미리 설정한 피크 목표값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잡아둔 덕분이다.
전기요금도 떨어졌다. 지난해 통틀어 약 4000만원이 절감됐다. 투자비를 6개월도 안 돼 뽑아냈다.
제어대상은 주로 냉난방용 전기기기였다. 에어컨의 경우 냉방모드 보다 송풍모드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불편함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냉난방기기를 10분간 끌 경우 실내온도는 1℃ 바뀌는데 반해, 이를 체감하는 건 인체구조상 15분 뒤라고. 하지만 그때쯤이면 냉난방기기가 다시 돌아가기 때문에 필요이상 덥거나 춥지 않았다.
이 같은 ‘전(電)테크’로 짭짤한 재미를 본 건 히로세코리아만이 아니다.
교육용(을)로 전기요금이 매겨지는 조선대학교, 일반용(을)을 적용받는 경남 함양군청도 연간 수천만 원을 이런 방식으로 아꼈다.
이는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똑똑한 절전법이다.
정부는 150만원 한도에서 일부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한전과 500kW 이상을 계약한 일반용·교육용·산업용 수용가다.
최대전력 관리장치는 삼인제어시스템, 세니온, 삼성전자, 젤파워, 금호이엔지, 광성계측기 등에서 취급하고 있다.
한전의 ‘직접부하제어’ 대상고객으로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대전력 관리장치를 한전에 연결한 뒤, 한전과 사전계약을 맺으면 된다. 한전은 전력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때 하루 전이나 당일에 고객의 전기기기를 원격에서 제어한다. 한전은 그 대가로 기본지원금을 지급한다. 1kW당 최대 500원이다. 한전과 사전약정을 맺은 설비용량이 300kW일 경우 최대 15만원이 기본지원금으로 나온다.
또 있다. 예고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계약이행률이 얼마냐에 따라 1kWh당 적게는 400원에서 많게는 2400원이 지급된다.
가령 한전이 우리 공장의 부하(300kW)를 3시간에 걸쳐 긴급 제어했다고 가정한다면, 216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전 각 지점에 문의하면 된다.
전력거래소(이사장 남호기)는 전력수급난을 해소키 위한 대안으로 직접부하제어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대학교 180여곳, 기업 410여곳, 군청 이상 공공기관 310여곳에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