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경기가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장은 건협이 주최한 19일 경영전략 발표회에서 이 같이 지적하며 “올해는 세계 56개국의 선거가 예정된 탓에 각국 정부가 경기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내년 이후는 다르다”고 말했다.

　작년과 올해 건설업계가 어렵다고 하소연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고 건설물량 감소세가 본격화될 내년 이후가 진짜 위기란 진단이다.

　대표적 징후가 바로 건설경기에 선행하는 엔지니어링업계의 위기다. 10대 엔지니어링사의 작년 매출이 40% 줄었고 인력ㆍ급여를 30% 가량 삭감 조정한 상황이며 이는 시차를 두고 시공 부문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건설투자 증가율만 봐도 국내 건설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1975~1997년까지 실질 건설투자 증가율은 11.4%였지만 2003~2009년간 평균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국내 건설수주액도 2007년(127조9000억원)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잇고 있다.

　이 소장은 “건설시장이 성숙 국면에 접어들면 건설업계의 경영계획상 수주ㆍ매출목표도 이에 맞춰 조정해야 하지만 글로벌 재정위기란 불확실성까지 가세한 가운데서도 건설사별 목표치는 과거 성장기와 다를 바 없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보다 앞서 건설 성숙기를 경험한 선진국 사례를 보면 사업타당성이나 기획능력이 핵심역량으로 부상하는 반면 우리 건설산업은 이런 역량을 정부, 발주기관에 맡기고 지금도 수주영업 쪽만 키운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는 “현 건설업계의 경영전략은 올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앞으로 3~5년 가량 이어질 위기를 고려한 것이어야 하며 업계가 좀더 중기적 시각을 갖고 생존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승철 현대건설 경영전략팀 차장도 “당장이 아니라 2~3년 후 먹거리를 염두에 두고 사업과 전략을 고민하고 있으며 특히 발전 부문과 같은 민자사업 영역의 경우 범건설업 차원에서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자뿐 아니라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채권단 주도의 상시 구조조정 등의 금융정책 추진방향에 있어서도 범건설업 차원의 대응력이 필요하고 주택규제 완화, 건설산업 회복을 위한 정책제언에 더해 특히 건설산업계의 공멸을 피하기 위한 적정공사비 확보 여부에 대한 업계 차원의 감시와 모니터링도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대안시장인 해외건설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효과를 제외하면 작년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591억달러로 사상 최대로 볼 수 있지만 수주 증가가 과연 수익률 증가로 이어지는 지는 고민해야 할 대목이란 지적이다. 또 최근 수년간 급증한 해외수주물량이 본격적으로 착공할 시점의 인력 등의 수급 문제도 대두될 위험이 높다는 우려다.

　정부의 지방재정 건전성 제고 방침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지자체의 공사물량 감소로 인한 지역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도 완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