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전선이 여전히 전선업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말 제품안전협회가 수거한 23개 전선업체의 시판 전선을 수거, 주요 시험을 진행할 결과 3개 업체를 불량 전선으로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표원은 수거 전선에 대해 내구성과 도체저항, 내전압, 인장강도와 신장률, 노화 후 인장강도와 신장률, 난연성 등을 시험해 3개 업체의 절연전선 등이 기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발된 케이블은 인장강도가 부족한 정도의 미미한 수준의 불량이라 별도의 제재는 받지 않을 전망이다. 도체저항 미달처럼 ‘인증취소’에 해당되는 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리콜(수거 후 파기) 대상도 없다.
이번 조사만 놓고 보면 불량전선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기표원은 지난 2009년 말 실태조사에서 13개 업체를 적발해 제품을 전량 수거, 파기토록 한 바 있고 지난해에도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전선을 제조·유통시킨 7개 전선 제조업체를 적발한 바 있다.
총 20개 기업이 모두 안전인증 취소와 리콜조치를 받은 전례에 비추어 이번 조사에서는 적발 업체수와 불량 수준이 크게 개선된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러나 기표원의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대다수 전선업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시중에선 여전히 불량전선이 쉽게 유통되며 가격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기표원 조사 결과에 신뢰성을 의심하는 업체도 많다.
심지어 제조업체들이 행정당국이나 전선조합의 제품 수거에 대비, 판매처마다 정품을 미리 준비해놨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한 전선업체 관계자는 “기표원 조사에서 3곳만 적발됐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업체차원에서 시판 전선을 구매해 조사를 해보면 대부분 불량이 나오는데, 어떻게 정부 조사에선 불량률이 대폭 떨어지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선조합은 보유 중인 안전인증과 KS, 단체표준인증(트레이용 난연성 케이블)에 대해 연간 2회 이상 위배될 경우 폐기물 부담금 자발적 협약(VA)에서 제외하고 검찰 고발 등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선조합 관계자는 “2월 중 이사회와 정기총회에서 자발적 협약 해지와 관련된 규정을 개정, 불량전선 업체에 적지 않은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량전선 제조로 인해 자발적 협약에서 제외되는 전선 제조업체들은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10여억원의 폐기물 부담금을 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