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충당부채 형태로 적립 중인 원전 해체비용을 일부 현금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원전 해체비용의 현금화 단가분석을 했으며,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독자적으로 폐로기금의 일부 현금적립을 위한 방안연구를 하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현금화 여부와 정도, 방법을 두고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수원 “충당부채, 운영 효율성 측면서 이득” 한수원은 당장 폐로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통해 지불한 폐로용 기금을 ‘충당부채’로 적립하고 그 돈을 활용해 새로운 원전을 짓거나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시장형 공기업인 한수원의 수익구조와 자산규모, 신용등급을 감안할 때 해체비용 소요시기에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사인 프랑스 EDF의 부채비율은 560.67%이며, 미국의 Exelon는 248.40% 수준이다. 이에 반해 한수원의 부채비율은 132.15%로 많게는 4배에서 적게는 2배까지 차이난다. 단단한 재정 상태로 추후 해체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원전해체작업은 15년 이상이 필요한 장기프로젝트인 만큼, 한 번에 필요자금을 마련해 묶어두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자금을 마련해 해체작업을 수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수원은 원전해체충당금에 신규 차입금을 합쳐 건설에 재투자하고 있다. 원전해체충당금은 사외로 유출되지 않고 내부유보금 형태로 원전 건설에 재투자되기 때문에 오히려 불필요한 신규 차입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한수원 측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관계자는 “충당부채 적립방식은 미래세대에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면서 원자력발전사업자의 투자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독일과 일본 등의 원자력산업 선진국들도 충당부채 적립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나 한편으론 지난 2013년 국정감사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원전 해체비용의 일부 현금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해체 3년 전에 해체비용을 100% 적립하는 등의 계획도 수립 중”이라고 전했다. ◆시민단체 “원전산업 신뢰도 향상 위해 마련 시급” 시민단체들은 원전 해체비용과 관련, 규제기관들이 해체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12년 상향조정한 호기당 해체비용 6033억원을 좀 더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방사성폐기물관리비용산정위원회를 통해 재산정된 방식을 적용, 1기당 해체비용을 기존 3251억원에서 6033억원으로 86% 늘렸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재산정안 역시 기존 방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해체방법을 그대로 원용한 상태에서 폐로 방식이나 폐기물 양에 대한 계산 등을 배제한 채, 10년치에 해당하는 물가상승분과 예비비만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발전소 타입과 설비용량, 설계방식에 따라 철거 방식과 비용이 다를 수 있으므로 현재 일률적으로 상정되고 있는 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이 현금화에 앞서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한수원에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체충당금 조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에 한수원이 최소한 1~2기 정도의 원전해체충당금을 준비할 수 있도록 강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현재로서는 원전해체충당금을 사용후핵연료관리기금처럼 별도의 기금으로 적립하고 관리하는 게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진다”며 “또 현행 원자력법에서는 폐로에 대한 상세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폐로에 대한 규제 방안과 가이드라인, 지역주민지원 등의 사회적 수용성 확보방안 등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