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 연구원들이 저지른 불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 숨어 있는 부패·비리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ICT 국책사업 전반의 지원금 사용내역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검은 공생관계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와 장탄식은 최근 적발된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및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구조적 비리가 업계에 던진 충격이 얼마나 큰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두 기관 모두 ICT 정책 및 연구의 브레인으로서 주요 사업을 관장해 왔다는 점은 업계에 미친 충격을 배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 방통융합산업 지원금 비리 =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제3부는 지난 10일 NIA의 '정보통신 방송을 융합한 신산업 창출 지원 사업' 관련 ‘민 관 유착비리’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지검은 정부출연금 지원 대가로 총 2억7000만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하고 정부출연금 12억여 원을 횡령한 NIA 소속 연구원 2명을 특가법위반(뇌물), 특경가법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NIA 설립 이래 소속 임직원이 뇌물수수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속된 연구원들은 유관협회를 만들고 NIA 또는 NIPA 발주 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업체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협회비 모금 형식을 빌려 2009년부터 약 5년 가까이 공공연히 뇌물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총 17개 업체로부터 협회비 명목으로 받은 뇌물은 업체당 적게는 150만 원에서 많게는 2600만 원까지 총 1억6000여 만 원에 이른다. 이들은 회원유치 기여도 등에 따라 뇌물을 분배한 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들은 단순히 한두 번 뇌물을 수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비리의 사슬을 직접 만드는 ‘창조적’ 능력을 발휘했다.

NIA A연구원의 경우 친구 D씨 명의로 IT회사를 설립한 후 NIA로부터 직접 과제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정부출연금을 횡령하거나 연구원의 지위를 이용해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세운 업체에 용역을 하청 주도록 했다.

그 후 그 용역비를 차명계좌나 현금으로 빼돌리는 방법으로 총 12억 여 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더해 협회에 가입된 특정 IT업체에게 NIA 발주 과제의 하청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1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은 일련의 검은 거래가 정상적인 용역하청 거래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허위 계약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세금도 납부했다.

비리의 검은 고리는 미래부 및 서울시 공무원에게 까지 이어져 있었다.
불구속 기소된 미래부의 한 사무관은 구속된 NIA A연구원에게 미래부에서 발주하는 ‘방통융합 기반구축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그 대가로 매년 1억 원을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 사무관은 800여만 원 가량이 입금된 체크카드를 받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서울시의 한 주무관은 사업을 하청 받은 업체 대표로부터 사업 수행에 따른 편의 제공 대가로 1000만 원 가량이 입금된 체크카드를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부출연금을 매개로, 미래부 공무원과 NIA 연구원, NIA 연구원과 관련업체, 서울시 공무원과 업체로 연결된 부패의 다단계 먹이사슬이 확인된 셈이다.

□ ‘u-IT 확산사업’도 구멍 = 이에 앞서 NIPA 소속 연구원들도 사물인터넷 관련 사업을 특정업체들이 하청받도록 하고 15억여 원을 챙긴 사실이 확인돼 지난 3일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비리가 드러난 ‘u-IT 신기술 검증 확산 사업’은 정부에서 선도적,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이로 인해 장비나 용역에 관한 기준 가격이 없어 사업비의 적정성 내지 횡령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었다.

더욱이 이 사업은 비(非) IT산업 분야에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非 IT업체인 주관기관 내지 참여기관에서는 과제의 직접 수행이 어렵고 IT업체에 납품 내지 용역에 대한 하청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 NIPA 연구원은 특정업체로 하여금 하청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가를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속된 연구원들과 IT업체들은 서로 짜고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사업비를 부풀려 책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후 지원된 정부출연금 중 일부를 뇌물로 주고받았으나, 사전 사업비 심사 과정에서나 사후 정산 과정에서는 문제점이 적발되지 않았다.

더욱이 구속된 NIPA 연구원들은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기 위해 친척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용역 하청을 가장해 용역 대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다.

아울러 구속된 IT업체 관계자들은 사업 담당 연구원들 및 주관기관 담당자와 사전에 결탁해 향후 정부 출연금을 지원받게 되면 각자 나누어 가질 몫을 미리 정하기도 했다.

□ 미래부 ‘사후약방문?’ = 한편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일련의 검찰수사 결과 미래부 직원과 산하기관 연구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최 장관은 11일 비리가 발생한 NIPA원장과 NIA원장을 불러, 이번 비리발생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받고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등 기강해이에 대해 강도 높게 질책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기금사업 관리기관장인 한국연구재단이사장과 한국방송통신진흥원장 등에게도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별 자체 자정계획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미래부는 비리에 연루된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곧바로 직위해제 조치를 취하고,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감사관실에서 자체조사를 착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미래부는 외부인사와 감사관실이 참여하는 가운데 소관 실국 주관으로 정부출연사업 전반에 대한 비리발생요인을 도출하고 개선책을 내달 말까지 마련키로 했다.

이 개선책에는 현재 실시중인 NIPA 및 NIA에 대한 감사결과가 반영될 예정이다. 또한 미래부는 감사관실 내에 ‘정부지원사업 비리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