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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낮아도 보조금 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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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얼마 전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하고 설치비의 50%를 보조금으로 받았다. A씨의 집은 앞 건물이 햇빛을 일부 가려 발전량이 떨어졌지만 보조금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아파트 미니태양광 보급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들의 허술한 예산집행이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사업공고와는 달리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가구조차도 신청만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사업의 효과보단 가시적인 설치 실적에 연연하고 있어서다. 특히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곳까지 별다른 제한 없이 설치비를 주고 있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파트 미니태양광 보급사업은 올 초부터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산된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보급 모델이다. 단독주택 옥상에만 설치할 수 있던 기존의 주택 태양광(3kW)과 달리 200W 대의 소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이라 아파트 베란다에 간단히 부착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
에서 약 1만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가구 당 설치비의 50% 수준인 30~4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중 사업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는 올해 미니태양광 보급사업에 24억원을 투입해 지난 5월부터 신청접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3900여명이 신청한 가운데, 지원 대상은 서울지역 공동주택 거주자 중 베란다가 남향인 가구다.
서울시 외에도 각 지자체의 미니태양광 보급사업 공고에 따르면 대다수의 지자체는 설치비 지원대상을 ‘남향 베란다를 가진 공동주택’으로 한정해 놓고 있다. 베란다의 방향이 남향이 아닐 경우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발전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에서 ‘아파트 음영여부 및 베란다 방향에 따라 사업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사업 시행 과정에서 이같은 기준은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고 상으로는 그림자가 지거나 베란다 방향이 남향이 아닐 경우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현재로선 신청만 하면 설치비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에서 보조금 지급 전 검토하는 사항은 구비서류를 모두 갖췄는지, 한 가구가 중복 신청한 것은 아닌지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업체가 미니태양광을 설치하기 전에 소비자와의 상담을 통해 베란다 방향이나 음영여부에 따라 발전효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이런 점을 감안하고도 설치에 동의하면 꼭 남향이 아니어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지급제한 기준이 아예 없는 인천시도 “꼭 남향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신청자가 발전효율이 감소될 수 있는 부분을 포함해 제품설명을 들었다는 동의서를 함께 내면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후에 ‘기대만큼 발전량이 안 나온다’는 항의성 민원만 하지 않으면 사실상 제한 없이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업시행 주체인 지자체들이 사업의 성패를 실제 발전량에 따른 전기소비 절감 보다는 단순히 설치 실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지원대상 선정 시 위치에 따른 발전효율이 가장 크게 고려돼야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이 부분이 오히려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미니태양광 설치기업 관계자는 “아파트 베란다는 보통 남향으로 내지만, 대부분 남동이거나 남서에 걸쳐져 있어서 정남향은 찾기 힘들다”며 “정남향에 그림자가 지지 않는 곳으로 대상을 한정하면 대상지가 상당히 줄어들고, 태양광 보급 확대라는 정책목표도 달성하기 힘들 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양광 설계전문업체 선강엔지니어링의 이순형 대표는 “태양광발전시스템은 각도와 방향에 따라 발전량이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개인이 자부담으로 설치하는 것이라면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도 문제가 안 되지만, 지자체가 비용을 보조하는 사업이라면 발전효율을 고려해 발전량이 가장 우수한 대상을 위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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