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협력기금(EDCF)가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가운데 무상원조를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도 건설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코이카의 연도별 대외무상원조 실적 통계를 보면 전체 실적의 절반가량이 프로젝트 분야에 집중돼 있다.

　코이카 통계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에는 전체의 원조 실적의 63%와 47%가 프로젝트에 투입됐고, 2012년에도 프로젝트 비중이 48%에 달했다.

　프로젝트 분야는 시설물 건축과 전문가 파견, 연수생 초청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도로 보수나 학교ㆍ병원 건립 등 시공 분야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초 코이카는 무상원조 사업 가운데 총 728억원 규모를 건설공사를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지난해에도 680억원 규모의 공사 발주 계획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코이카 사업을 통해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하는 건설사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8년 국내 건설업계가 참여한 코이카 건설 사업은 설계를 포함해 총 32건이었지만 2012년에는 52건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수주액도 2900만달러에서 3400만달러로 증가 추세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지난해 652억달러)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해외 시장 진출 기회 자체를 얻기 어려운 중소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2012년 중소건설업계가 수주한 해외건설 공사는 571에 불과했다.

　코이카 발주 사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대외원조 사업 규모를 점차적으로 늘리고 있고,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무상 원조 비중도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17억4000만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29개국 가운데 16위에 수준이며, 무상원조 비율도 2012년 기준으로 58%로 OECD DAC 평균인 84.9%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해외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진출이 여의치 않은 중소건설사 입장에서는 코이카 사업이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사업비도 확실한 만큼 안정적으로 해외 건설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이카 관계자는 “설계 용역은 개별 프로젝트로 발주하기 보다는 지역단위로 묶어서 발주해 프로젝트 규모를 키우고 있다”면서 “다만 시공 분야는 국내 입찰보다 해외 현지 입찰이 많아 국내 건설사들의 참여가 크게 활발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ODA예산 늘어나면서 유ㆍ무상원조 기능 중복 우려

　사업간 기능 구분ㆍ연계 강화 필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가 추진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늘어나면서 일부에서는 인프라 사업 분야에 주로 담당하고 있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의 기능 중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ODA 사업이 소관 부처별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 지원 등의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상원조 분야인 EDCF는 ‘대외경제협력기금법’에 따라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과 경제 안정을 지원하는 용도로 운용하도록 돼 있다. 코이카의 무상원조 사업의 기준이 되는 ‘한국국제협력단법’에는 개도국과의 우호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봉사단 파견, 재난구호, 물자ㆍ자금 및 시설 지원 등으로 규정돼 있다.

　큰 틀로 보면 EDCF가 개도국의 인프라 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코이카는 인도적인 지원에 치중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코이카의 시설지원 사업 범위에 도로보수와 병원건립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동일한 사업에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동시에 진행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라오스에서 진행된 3개의 도로 개선 사업 가운데 2개는 유상원조로, 1개는 무상원조로 진행됐다. 캄보디아에서도 6개 도로사업 가운데 유상원조(6개)와 무상원조(2개)가 섞여 있고, 베트남에서 추진된 11개 병원건립ㆍ개선사업도 4개만 유상원조로 추진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ODA 규모가 커지면 코이카에서도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시설 개선 사업에 배정하는 예산이 늘어날 공산이 크고, 유ㆍ무상 대외 원조 사업의 중복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동일한 국가에서 유ㆍ무상으로 동시에 진행될 같은 종류의 사업 규모가 지금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ㆍ무상 사업을 명확하게 구분해 조정하고, 사업간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