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계설비공사업 시공능력평가에서 설비공사를 한 건도 하지 않은 건설사가 1·2위를 비롯해 상위에 대거 이름을 올리는 결과가 나왔다.

　현행 시공능력평가제도의 맹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설비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발표된 2014년 기계설비공사업 시공능력평가 10위 가운데 종합건설사 4곳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종합건설사는 지난 3년간 설비공사 시공실적이 한 건도 없는 곳이라는 점이다. 설비공사 시공실적이 없는 건설사가 설비공사 시공능력이 월등한 건설사로 평가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시공능력평가방식의 맹점에서 비롯됐다.

　현 제도에서 시공능력은 공사실적과 함께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산정한다. 이에 따라 공사실적이 전혀 없어도 기술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시공능력 상위 설비건설사에 오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기계설비공사업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른 한 종합건설사는 최근 3년간 설비공사 시공실적이 전혀 없어 이 부문 평가액은 ‘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술자 수와 기술개발투자비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능력평가에서는 평가액이 4000억원을 넘어섰다.

　공사실적이 없지만, 기술평가에서만 웬만한 설비공사업체들의 시평액을 크게 웃돈 것이다.

　반면, 여력이 없는 중소 설비공사업체로서는 기술자 수나 기술개발투자액 분야에서 종합건설사를 따라갈 수 없다.

　이에 따라 현 제도에서는 대형 종합건설사가 설비건설업을 등록하면 바로 이 업종 시공능력 상위업체에 올라서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종합건설과 설비건설업의 겸업제한은 지난 2012년 폐지된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중소건설사로서는 기술개발 투자와 기술자 보유 여력이 크지 않은데 종합건설업체는 공사실적이 없어도 면허만 내면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는 구조”라며 “민간발주자가 볼 때는 실제 시공경험이 왜곡될 수 있어 설비만 해온 중소건설사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시공능력평가 개선 시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의 개선이 반영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