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의 중기간 경쟁제품 제외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LH가 잦은 승강기 고장과 사고에 따른 입주민의 안전을 우려해 승강기를 중기간 경쟁품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제기한 가운데 관련 업계의 반발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까지 승강기에 대한 제외 요청에 나서자 중소기업청도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과 품질 논란에 휩싸인 승강기 품목에 대한 중기간 경쟁제품 제외 여부가 다른 업종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소기업 사고·고장률 ↑…부실업체 수주 가능성 ‘제도상 맹점’ 지적 LH 논리는 간단하다. 우선 같은 조건에서 중소기업 승강기가 대기업 제품에 비해 사고와 고장률이 높다는 주장이다. LH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공공임대주택에 설치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승강기 중 지난해 고장률은 각각 14%와 9%다. 중소기업은 지난 한 해 동안 4689대 승강기 중에서 666건, 대기업은 1만7233대 중에서 1632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단순 수치만을 비교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제품간에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대기업 제품이 중소기업에 비해 3배가량 많기 때문에 비율을 놓고 따진다면 중소기업의 고장률은 40%에 육박한다는 게 LH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최근 수원 광교지구와 부산 정관지구에서 잇달아 발생한 승강기 사고로 인해 입주민들의 불만이 증폭되자 LH는 이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 중소기업청에 승강기를 중기간 경쟁제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LH는 중소기업 승강기의 고장률이 높은 것에 대해 시공능력과 사후관리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또 중기간경쟁 시 부실업체의 승강기 수주를 제재할 수 없는 제도상의 허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광교 지구의 경우 최근 중소기업이 설치한 현장에서 균형추와 체인 사이에 연결된 부품이 카 상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을 조사한 결과, 부실시공임이 밝혀지자 입주민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해당 현장은 시공을 맡은 A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다른 업체로 교체된 바 있다. LH 관계자는 “시공능력이 떨어지고, 경영상태가 부실한 중소기업이 중기간 경쟁제도를 통해 승강기를 수주하는 것이 문제”라며 “현 제도상 부실업체를 걸러내기 위한 심사기준이 없고,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사후 품질관리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9년부터 이러한 제도상의 맹점을 중소기업청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승강기는 안전이 최우선돼야 하는 품목으로 일반경쟁을 통해 우수한 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직접구매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급한 일반화 부당…고장률 낮추기 위해 업계 차원 자구책 마련 나서 승강기 제조업계는 특정 현장에서 부실업체가 시공을 맡아 사고가 일어난 것은 유감이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를 전체 중소기업 제품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사고가 발생한 광교 현장은 중기간 경쟁입찰이 아닌 일반경쟁으로 수주한 곳인데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기간 경쟁 입찰제도를 거론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광교 지구의 경우 부도가 난 A업체에 이어 B업체가 시공을 맡았는데 LH가 납기에 쫓겨 B업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한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유독 LH 현장에서만 대기업에 비해 고장이 많이 발생한다는 근거로 승강기를 중기간 경쟁제품에서 제외해 다른 공공기관의 구매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말도 안 돼는 처사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의 육성과 승강기 산업발전을 위한 중기간 경쟁제도 취지를 무색케 하는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승강기 시장은 대기업과 글로벌기업들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이들 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조달시장마저 일반경쟁으로 풀린다면 국내 승강기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실업체에 대한 제재가 불가하다는 LH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현행 규정상 부실·조잡하게 시공한 경우 부정당업차로 제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승호 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하자보수 건을 미처리할 경우 하자보증금을 보증사에 청구하면 신용평가점수 하락은 물론 향후 계약보증서 등을 발행하는데 지장이 있어 실효적인 제재가 가능하다”며 “조합 차원에서도 향후 부실하게 시공하거나 하자를 미처리하는 제조사의 경우 엄정한 제재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승강기 업계는 중소기업의 품질·사후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합 차원에서 인력을 투입해 대기업 수준의 품질관리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김승호 이사장은 “최근 제조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결의대회를 개최해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으며, 중기간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제조업체들과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업계 차원에서 고장률을 낮추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으니 이를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