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양보증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대한주택보증(대주보)이 법정관리 건설사에 대해 법원이 승인한 회생절차과 배치되는 자체 보증 취급 기준을 운영하고 있어 논란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주보는 법원으로부터 회생인가를 받아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마련한 신규보증 취급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대주보의 기준을 보면, 회생업체가 신규로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미확정 하자보수보증에 대해 자체보수나 대위변제가 발생하면 전액상환해야 한다. 시공보증 등 공사보증 요건에는 대주보의 회생채권현금변제액이나 출자전환한 채권액을 상환한다는 조건 등도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현행 법정관리 제도와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회생계획에 따라 출자전환된 채권까지 상환하라는 요구는 법정관리 건설사들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출자전환된 채권은 법원에서 회생계획을 인가받을 당시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서 탕감된 채무”라면서 “이를 갚으라고 하는 것은 회생계획 당시 본인들이 한 동의를 부정하는 일이며, 법원이 이를 받아줄리가 만무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회생계획 승인 당시 소멸된 부채가 다시 살아나는 것인 만큼 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한이 도래된 미변제 회생채권을 전액 변제해야 한다는 분양보증 조건도 법정관리 건설사들은 따르기 힘든 조건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대주보의 분양보증이 없이는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법정관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공사보증은 다른 보증기관을 통해서라도 받을 수 있지만 분양보증은 대주보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법정관리 건설사는 주택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대주보는 신탁사업을 통한 분양보증서는 발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정관리사가 현실적으로 신탁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평가다.

　민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실상 법정관리 건설사는 신규 분양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인 만큼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주보는 “위험부담이 놓은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 적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보증기관의 규정들도 충분히 참고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