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산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오히려 능동적으로 대처해 신시장 개척과 국제경쟁력 확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할당한 기준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사거나 과징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오는 10월 기업별 배출량 허용치가 발표되면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20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2015~2017년) 기간에 적용대상 업체가 배출할 수 있는 총 허용량은 약 16억4000만t이다. 업종별로 보면 발전·에너지 부문이 7억4385만t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해 할당량이 가장 많다. 이어 철강 18.3%, 시멘트 7.7%, 건물 0.6%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수주산업 특성상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업체기준으로 12만5000t이거나 사업장기준 2만5000t 이상인 대규모 배출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의 전 단계인 목표관리제 적용대상도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5곳 정도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 건설사가 없고 시행에 따른 영향도 미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온실가스 배출량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을 ‘노다지’로 키우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한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제로에너지빌딩 조기 활성화를 통해 연간 추가공사비 4조5000억원, 일자리 5만여개가 창출되는 것처럼 배출권거래제를 제대로 준비하면 얼마든지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출권 할당량이 가장 큰 발전·에너지 부문의 경우 기존 시설을 대상으로 탈황·탈질 시스템 등 온실가스 저감 신기술을 적용한 리모델링 사업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신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연료인 목질계·팜열매 껍질 등 바이오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비롯해 태양광·풍력·조력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도 급증할 전망이다.

　실제 정유업계는 환경규제를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었다.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자동차 연료 환경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국내 수출 1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정유업계의 교훈을 되새겨 건설업계도 배출권거래제에 적극적인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