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발생 시 책임소지 불분명… 분쟁 심각

발주기관 분석 공사비 20% 상승 ‘문제’ 지적

[국토일보 장정흡 기자] 정부에서 100원짜리 자재를 구입해 120원에 시공을 하는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 이른바 관급자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관급자재제도가 자재공급 지연에 따른 공사 기간 연장 등으로 인해 업계 경영난만 가중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도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을 목적으로 도입된 관급자재제도는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하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중 122개 공사용 자재에 대해 발주기관에서 직접 구매해 시공자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이로 인해 중소제조업체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지만, 중소건설사 입장에선 정상적인 자재를 사와도 시공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문제는 자재공급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다. 시행초기부터 제기됐던 제조사와 시공사 간 하자책임 불분명은 물론, 자재공급 지연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및 공사비용 증가, 공사품질확보 곤란 등의 문제로 인해 분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설계변경 시 공급된 자재를 반납하고 다른 자재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마다 공사지연으로 인해 인건비는 올라가고, 자재가 일찍 도착해도 부피가 큰 물품을 보관하는데 골칫거리다.

특히 특허 및 신기술 제품 등에 적용되는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는 수의계약 남용으로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마저 있어 제도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에는 자재발주뿐 아니라 현장설치까지 포함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그 책임이 불분명해 하자발생 시 하자보수 지연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가중시킬 우려도 낳고 있다.

실제 보일러, 냉동기, 승강기 등 장비류 구매 시 현장설치를 포함한 물품발주 관행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개선권고를 받은 바 있다.

일부 발주기관과 연구원에서는 발주자가 공사용 자재를 직접 구매할 경우 공사비가 늘어나 예산을 장비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 발주기관 자체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재구매 비용이 20%이상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총 사업예산도 3% 가까이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관급자재제도가 중소건설사는 물론 정부 예산까지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발주자와 시공사에 폐해를 줄 뿐 아니라 같은 제조업체에까지 폐해를 주는 등 제도운용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직접지원보다는 측면지원을 통해 대외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선진국 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