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외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늘리고 있지만 해외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상 과정에서 핵심 규제들이 풀리지 않은 경우가 많고, 보이지 않는 비제도권 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올린 건설수주액은 1억8000만달러 가량이다.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됐지만 수주액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FTA 체결 전인 2011년 미국 수주액은 9억달러 가량이었다.

　2011년 FTA가 발효된 유럽연합(EU) 지역도 건설수주 실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2년 유럽지역 건설 수주액은 5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4억5000만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인도나 터키, 호주 등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다른 국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제조업과 달리 해외건설 분야에서 FTA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핵심 규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민간 보험회사가 담당하고 있는 보증 문제가 국내 업체의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보증시스템은 미국 내 실적과 신용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외국 업체 입장에서 보증 발급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FTA 협상 당시 이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보증 발급을 민간회사가 주로 담당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쉽지 않다.

　유럽도 계산 실수 등 사소한 안건만으로도 입찰을 배제시킬 수 있는 까다로운 입찰 절차들이 운용되고 있고, 한-미 FTA 기준과 비교해 자국 건설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정도 강하다고 평가된다.

　최근 FTA로 국내 건설사에게 내국인 기준을 적용하는 터키도 당장 진출업체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해건협 관계자는 “FTA 추진 이전에 진출이 어려웠던 국가들은 FTA 체결 이후에도 진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외국업체들 입장에서 이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FTA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FTA가 해외건설시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핵심적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현재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면허 문제다.

　중국 내 실적에 따라 등급별로 발급되는 중국의 건설면허 제도는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해외 건설사들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건협 관계자는 “FTA가 해외건설업계에 도움이 되려면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FTA 체결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