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의 해외진출 환경 조성을 위한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오히려 중소건설사 해외진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보금 제도를 수용하지 않은 데다 동반성장협약 이행실태 평가에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여부를 반영하기로 하면서다.

　공정위는 현행 하도급법상 유보금 근거 규정이 없어 원사업자의 유보금 제도 규정 반영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대금을 받지 않았더라도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한 하도급법의 취지를 감안한 결정이다.

　이에 따라 원사업자는 기성금 중 10%를 유보금 명목으로 받지 못해도 하도급업체에는 기성금의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가뜩이나 해외 현장의 원가율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적자 시공이 우려되는 가운데 유보금에 대한 부담은 원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사업자들은 해외공사 1건을 수주하기 위해 발주처와의 신뢰 구축, 현지화 등에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며 “높은 원가율로 초기투자비용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보금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동반성장협약 이행실태 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원사업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중소건설사 위주의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원사업자는 동반성장협약 이행실태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우려가 크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은 동반성장협약 이행실태 평가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이 평가에 반영되면 결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작용이 예상되면서 일각에서는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가 해외진출의 촉매제가 아닌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국내 중소건설사와의 동반 진출보다는 해외 현지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드시 필요한 공종을 제외하고는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 적용이 필요없는 현지 업체들을 활용해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 현지 업체들을 참가시키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의 해외 동반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