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공사를 물품 구매나 제조에 포함해 발주하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범 건설업계가 힘을 모았다.

　무자격자가 건설공사를 맡으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하자가 발생해도 보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는 공사와 물품, 용역의 구분을 명확히 해달라는 내용을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전문건설협회와 전기공사협회, 정보통신공사협회 등도 안전행정부의 지방계약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공사와 물품 구매를 명확히 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범 건설업계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은 제품 납품과 설치가 함께 있을 때 물품 구매로 발주하는 관행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승강기를 구매해 설치할 때 승강기 구매입찰로 발주하는 사례가 해당된다.

　그러나 이 같은 관행에는 부작용이 많고 안전문제도 우려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제조업체가 시공까지 맡으면 무자격자 시공이나 불법 하도급으로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공사로 발주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보증만 가능하고 시공상 하자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예를 들어 물품 구매입찰로 제조업체를 선정해 목재마루를 납품, 시공했는데 목재마루 자체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마루 사이가 들뜨는 시공상의 하자가 발생해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공사의 물품구매 발주 관행이 지속되면 불법·무등록 시공행위를 조장하고, 건설업자의 영업권과 시공권 침해로 건설업 면허제도 취지가 상실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정행정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설공사와 물품제조·구매, 용역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해 계약목적에 맞는 발주방식 판단기준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안행부의 개정안 입법예고는 시설공사를 물품구매로 발주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전문건설협회의 건의를 받아들인 국민권익위가 개선을 권고하면서 이뤄졌다. 건설업계는 안행부의 지방계약법 개정이 이뤄지면 기획재정부와 조달청 등도 그동안의 관행 개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물품 구매와 시설공사의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데 반발할 명분이 마땅치않자 중소기업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제품 이해도가 부족한 공사업체가 제품을 구매하면 품질 저하 우려가 있고 저가 수입 제품 또는 대기업 제품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안행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공사업체가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발주기관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사용 자재를 직접 구매하게 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어서 대기업 제품이나 수입제품이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