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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비상용 발전기, 국민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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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되는 비상용 발전기의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저질 제품의 유통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상용 발전기는 화재·정전 시 비상전원으로 투입되는 설비다. 각종 소방·비상설비의 작동을 위한 전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안전과 관련된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상용 발전기가 실제 사고 시 비상전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는 그리 크지 않다.
실제로 한국전력기술인협회와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협회 회원사 14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비상전원운용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90% 이상이 비상발전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정전 시 대비능력은 5점 만점 중 3점 이하라는 평가가 35% 이상이었다.
발전기 업계 내에서도 데이터센터나 전산센터, 금융기관, 원자력 발전소 등 소위 ‘크리티컬 부하’를 제외한, 아파트나 일반 건물의 발전기들은 비상 시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제대로 된 제품의 생산을 막고, 오히려 저급 제품의 유통을 부추기는 시장 환경 탓이라고 지적한다.
최소한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을 만한 품질 관리 규정이나 제도가 없기 때문에 건설사 등 발주자들이 저가 제품만을 선호하게 되는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대신 가격이 높은 발전기가 오히려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발전기 제조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품질·규격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고, 불량 부품이나 짝퉁 부품을 채용한 저질 제품의 유통을 확산시키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악순환은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전가돼 안전을 위협받게 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발전기 업계 관계자는 “ISO 8528 등의 규격에 따라 발전기의 최소 품질 정도는 만족시켜야 하지만, 불량·짝퉁 부품 등 편법을 이용해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며 “인증이나 표준, 형식승인 등 최소한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 만한 제도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발전기 제조사들은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값싼 중국산 동체에 눈을 돌린 지 오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동체 수입이 늘어나면서 발전기 제조사들의 출혈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제조에서 손을 놓고, 중국산 동체 유통을 선택하는 발전기 제조업체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고, 수십여년 발전기를 만들어온 메이저급 기업들조차 제조보다 유통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발전기(MTI 8411) 수입량은 2011년 3089만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8865만달러 규모로 급속히 확대됐다.
이대로라면 저질 비상용 발전기로 인해 더이상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관련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10년 후면 ‘메이드 인 코리아’ 발전기는 사라진다”는 국내 기업 쇠퇴론이 현실화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발전기 업계는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전기 품질 요건을 최소한이라도 규정할 수 있는 인증이나 표준, 형식승인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정부 부처가 이를 관장해야 한다는 것.
즉 준공시험으로 발전기 가동 여부 정도만을 살펴보는 현 시스템에서 벗어나 제조 단계에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발전기 업계 관계자는 “비상용 발전기의 경우 안전 관련 물품임에도 적절한 방법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규제가 전무한 것이 문제”라며 “최소한의 품질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정하고 관리하는 방안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안전 관련 좋은 규제를 장려하는 ‘착한 규제’를 발전기 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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