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 중인 건설업체와 채권단 사이의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회사 회생보다는 채권회수에서 몰두하면서 자칫 살릴 수 있는 기업의 회생까지 막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3일 워크아웃 중인 ㈜삼안 노동조합에 따르면 농협 등 삼안 채권단은 삼안의 독자회생방안을 마련하고도 이를 실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안 노조는 “주채권은행인 농협이 삼안경영정상화방안을 마련해 법률적 검토와 재무적 효과에 대한 검토를 마쳤지만 최근 조건부 반대 의사를 밝힌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실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났다”면서 “삼안의 워크아웃 약정이 6개월여밖에 남지 않았고, 모기업인 프라임 개발의 워크아웃이 내년 6월에 종료되는 상황에서 삼안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법정관리나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안은 워크아웃 중인 지난해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지분법적용투자손실액 70억원 가량이 반영됐기 때문에 사실상 흑자였고, 흑자 부서에는 성과급도 지급됐다고 삼안 노조는 설명했다.

　하지만 독자적인 인수합병(M&A)을 기본으로 한 경영정상화방안이 실행되지 못하게 되면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삼안 노조 관계자는 “기업을 회생시키려는 계획을 채권단이 거부한 상황”이라면서 “채권단이 삼안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공개 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건설도 법원에 회생계획안 제출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는 M&A를 염두에 두고 회생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채권단의 요구가 자칫 매각을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회생계획안의 핵심인 변제율과 감자비율에서 쌍용건설과 채권단 사이의 의견차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변제율과 감자비율을 각각 23%와 10대1로 주장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30%와 2대1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쌍용건설의 회생방안은 매각을 전제로 하는 방안이지만 채권단 생각대로 감자비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인수사들의 참여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다”면서 “쌍용건설의 법정관리는 매각을 염두에 두고 진행됐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기업들의 회생보다는 채권 회수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은 건설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채권단이 변변한 운영자금 지원 없이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만 요구하면서 기업의 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지고 있다는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변변한 자산없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온 건설사들은 정상영업이 어려워 지속적인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면서 “기업회생절차가 분명 급한 비를 피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은 맞지만 회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