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이후 저조한 ‘경평 성적표’를 받은 공공기관들이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경평평가를 거부하는 집단 반발하는 양상을 보여 ‘노정’ 갈등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점쳐진다.

공공기관 일각에서는 “성과급 만점이 300%인 데 몇 10%를 받을 바에는 차라리 받지 않겠다”면서 경영평가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도 옅보인다.

양대노총 공대위(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영평가가 공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사업이나 정원관리, 노사 관계, 임금 및 복리 후생을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악용돼 왔고 올해는 공공기관 마녀 사냥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경영평가 지표와 평가방법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이번 경영평가가 시작부터 친(親) 정부인사 경영평가단 임원 임명, 경영평가단 집단 사퇴, 정상화 대책 실행을 강제하는 지표 선정 등 파행으로 얼룩졌다”고 성토했다.

특히 공공서비스 향상을 위한 평가여야 할 원래 목적은 간데 없고 정상화대책 강요를 위해 경영평가 결과를 ‘마사지’했다는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상화 합의 도출을 위한 압박수단으로 최하위 등급 기관을 확대하거나 계량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일부 기관이 유독 비계량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한전, 한수원, 5개 발전회사 노조는 공공연맹, 공공노련이 주축을 이룬 공대위에 직접 또는 회의참관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한수원 노조는 개별 대응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민주노총 가입을 위해 설명회를 갖는 등 절차를 밟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노조의 반발에 대해 "노조가 스스로 기득권의 껍질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갖고 "공공기관 노조의 경영평가 거부에 대해 정말 답답한 심정"이라며 "과도한 부채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공공기관은 현실인식이 없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걀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밖에서 껍질을 깨버리면 계란후라이밖에 안된다"며 "공공기관이 먼저 기득권의 껍질을 깨야 한다"고도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부채 중점관리 공공기관 18곳과 방만경영 중점관리 20곳의 공공기관에 대해 정상화계획을 받은 후 3분기 중 이행 중간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18일 발표한 경영평가 결과, 전력그룹사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충격을 안겨줬다.

최대 관심사를 모은 한전의 경우 B등급에서 C등급으로 한 등급 내려 간데다 성과급이 50% 삭감되는 대상으로 인해 분위기가 깔아 앉았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력수급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고 송전탑 건설 갈등관리 노력 부족등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순이익이 감소한 발전자회사도 경영평가에 점수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해 A등급을 받았던 남동발전과 남부발전은 두 단계 하락했다.

계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기대를 모았던 중부발전은 서부발전과 동서발전, 전력거래소(강소형기관)과 같은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한수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최하등급인 E등급으로 추락했다.

원전부품 납품비리와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태가 낙제점을 받은 결과물로 꼽힌다.

이밖에도 준정부기관의 경우, 전기안전공사가 B등급을 받은 반면에 원자력환경공단은 D등급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