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올해보다 3000억원 가량 줄여서 예산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간접시설(SOC)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이 수년째 진행 중인 가운데 주거급여(주택바우처) 예산 1조원이 추가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도로, 철도 예산의 감축폭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20조6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최근 기재부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 국토부 예산 20조9000억원보다 1.4%(3000억원) 감소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SOC 예산에 대한 감축 기조가 내년도 부처 예산 요구안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특히 내년 주택바우처 확대시행으로 도로, 철도 등 전통적인 SOC 분야에 대한 예산 배정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호남고속철도 1단계 준공으로 철도 예산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수자원 분야 역시 예년 수준보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예산 편성액을 보면 도로는 8조2954억원, 철도 5조9810억원, 수자원 2조3512억원, 산업단지 8964억원, 지역·도시 7842억원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야별로 올해 예산보다 많게는 수백억~수천억원까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전체 SOC 예산안도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내년도 SOC 예산 규모를 올해 23조7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7.2%) 가량 줄어든 21조991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2017년까지 SOC 예산을 11조6000억원 줄이겠다는 ‘공약가계부’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SOC 안전분야의 예산은 다소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 철도, 수자원 등 모든 SOC 분야에 대해 안전 관련 예산을 다소 늘려 요구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지난해 안전 예산은 3조7000억원으로 4대강사업 예산이 포함됐던 전년(4조2000억원)보다 5000억원 감소했다. 도로 보수(5626억원), 도로 안전 및 환경 개선(1270억원), 위험도로 개선(808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안전예산 분류기준은 다음달 중순까지 확정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교훈 삼아 재난·안전 예산을 일반 정부 예산과 별도로 집계해 관리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방과 복구 등 재난 대응 단계별로, 성질별로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안전 예산 규모가 천차만별”이라며 “초협의·협의·광의·최광의 등 4개 분야로 나눈 안전예산 분류기준에 대해 막바지 검토 작업 중이다”고 말했다.

　SOC 분야를 주로 다루는 국토부 예산 1차 심의는 다음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기재부는 다음달부터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을 바탕으로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9월 중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 세법개정안 등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