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를 표방한 19대 국회가 문을 연지 2년이 됐지만, 성적표는 낙제 수준을 면치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폐지,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 민생ㆍ경제현안과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처리 등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및 ‘세월호 국정조사계획서 채택’ 등 사사건건 이어진 여야의 ‘정쟁’으로 국민의 기대에 호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특히 19대 국회가 건설산업의 대못 규제로 꼽히는 실적공사비 개선,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에 대한 논의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전반기 임기를 마무리한 상황이어서 후반기 국회에서 이에 대한 개선색 마련에 속도를 붙일지 주목된다.

　주택현안 처리 불구 ‘실적공사비 개선’ 등 겨울잠

　19대 국회 전반기에 처리된 법안은 총 1276개에 달한다.

　역대 국회 중 가장 많은 법안 처리 건수지만, 전체 발의된 법안 중 통과된 법안의 비율은 9.9%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18대 국회 전반기에는 총 1241개, 13.6%의 가결률을 기록했다.

　처리 주요 법안에는 공공공사의 하도급 계약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발부담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내용의 ‘개발이익환수법’을,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 중 하나인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방안을 담은 ‘주택법’ 등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과열기 때 도입됐다가 주택시장의 ‘규제 대못’으로 자리 잡은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 방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 건설기능인 등급제를 도입해 처우를 개선하는 ‘건설기능인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국토위에는 올 4월 말 기준으로 국토ㆍ교통분야 법률 개정안이 각각 303건, 164건이 계류돼 있으며, 법안심소위에는 국토ㆍ교통분야 법률 개정안이 각각 263건, 123건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위와 안전행정위도 실적공사비 제도 개선안을 담은 ‘국가ㆍ지방계약법 개정안’ 등을 방치한 상태다.

　실적공사비 단가는 2013년 하반기 기준으로 2004년 도입 당시보다 2.2% 하락했지만, 공사비지수는 62.2%, 노무비지수는 54.5% 등 상승하면서 물가상승조차 반영하지 못해 건설산업을 옥죄는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고 있다.

　개원 이후부터 끊이지 않는 ‘정쟁’

　19대 국회 전반기 최대 약점은 ‘정쟁’이 꼽혔다.

　2012년 5월30일 임기를 시작했지만, 같은 해 7월에야 개원하는 불명예와 얻은 데 이어 그마저도 같은 해 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모든 활동이 집중되면서 여야 모두 강조한 ‘정치쇄신’ 활동은 뒷방신세가 됐다.

　대선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 논란으로 여야가 대립하며 이른바 ‘대선 후유증’에 시달렸다.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세월호 국정조사계획서’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의견충돌을 빚다 애초 예정된 본회의 의사일정보다 이틀 늦어진 지난달 29일에서야 겨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로 논의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안’도 처벌 수위를 놓고 갈등하다 결국 처리에 실패하는 모습까지 드러냈다.

　다만 ‘국회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되면서 해머와 전기톱이 난무한 ‘폭력국회’의 모습이 없어진 부분과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 ‘특권 내려놓기’ 법안 처리 과정은 19대 국회 전반기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반기 국회 이슈는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

　19대 국회 후반기는 이 같은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심의ㆍ처리와 함께 ‘세월호’ 참사 수습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회는 ‘세월호 국정조사’를 2일부터 90일간 진행할 계획이며, ‘개각’을 예정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올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불거질 ‘노후화된 시설물 안전분야 예산 확보’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따른 ‘불공정 거래행위’ 개선책 마련 및 퇴직공직자 ‘전관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모색도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로 이뤄지는 정부조직개편 및 개각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형 이슈가 될 전망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고, 공공기관 퇴직자가 재직하는 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빈번했다”며 “앞으로 공공기관장들이 앞장서서 불공정 거래 행위와 입찰비리를 뿌리뽑도록 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개헌’도 빠지지 않을 현안에 꼽힌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이 모두 ‘개헌론자’로 분류되는데다 국회 내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도 150여명을 웃돌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해온 개헌추진 국회의원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ㆍ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 전병헌 전 원내대표, 박영선 원내대표 등 여야를 떠나 두루 참여하고 있어 향후 개각 등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