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위주 지원방식·부처간 이기주의에 ‘찬밥’

　조경 등 4개 건설업종이 올해부터 중소기업청의 정책자금 지원대상에 새로 포함됐지만 건설단체들의 자체적 조사 결과로는 수혜건설사가 단 1곳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의 일부 자금지원사들이 외부 노출을 꺼린 영향이 있지만 특허와 연계된 개발기술사업화자금처럼 홍보할 만한 자금도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결국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8일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설비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3개 단체가 올해 1월 중기청이 4개 건설업종(조경건설업, 폐기물처리 및 오염방지 건설업, 방음 및 내화공사업, 소방시설공사업)에 추가로 개방한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혜택을 받은 건설사를 조사한 결과, 단 1곳뿐이었다.

　건협과 설비협의 조사에서는 수혜건설사가 아예 없었다. 당초 건협의 사전분석 때만 해도 종합건설업종인 조경공사업 등록업체 1485곳(작년 말 기준) 중에 조경매출 비중이 최대인 약 500개사가 신청 가능할 것으로 본 것과는 판이한 결과다. 전문협 조사에서만 조경식재·시설물업종의 E사가 긴급경영안전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의 나쁜 재무상태가 외부에 노출될 수 있는 긴급경영안전자금 특성상 협회 차원의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게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중기청이 운용하는 정책자금 중에 특허나 신기술 보유업체 대상의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시설투자 기업과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 대상의 신성장기반자금과 투융자복합금융자금 등과 같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자금이 상당한 점까지 감안하면 실제 수혜 건설사가 거의 없다는 점 외에는 해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단체들의 중론이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새로 개방된 4개 업종을 등록한 건설사라도 해당업종 매출비중이 가장 높아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신청조건에 더해 제조업 위주의 지원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지원대상 건설업종을 추가로 늘리고 신청요건을 간소화하지 않으면 건설 중소기업들에게는 정부의 중기 정책자금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처간 이기주의의 폐해란 비판도 나온다. 일반 제조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외청인 중기청 특성상 제조업 이외의 건설 등 타 업종 지원을 기피하는 탓이란 분석이다. 실제 7월1일 중기청이 가장 먼저 정책자금 문호를 연 건설산업의 첫 업종은 바로 산업부가 관장하는 산업플랜트 건설업이었고 올해부터 추가로 풀린 업종들도 뜯어보면 제조업과 연관성이 높은 폐기물처리, 방음, 내화, 소방시설 쪽이긴 마찬가지다.

　또한 건설단체들이 중기청을 찾아 건의해도 늘 듣는 답변 중 하나가 “제조업을 위한 중기 지원자금에 왜 건설업이 끼려 하느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예산을 활용하라”는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건설단체들은 규제개혁위원회,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등의 정부 창구와 여야의 규제개선 관련 위원회 등에 건의서를 전달했고 국토교통부마저 중기청에 지원대상 건설업종을 늘릴 것을 직접 요청했지만 마찬가지다.

　중기청은 건설단체들의 요청에 대한 공식해명을 통해 “건설업의 경우 타 업종에 비해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시설투자보다는 인건비 등 단기 운전자금 수요가 많아 정책자금 운용기조와 배치되므로 지원대상 업종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건설업 전체를 융자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이에 대한 건설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취임 직후 줄곧 부처간 장벽을 넘어선 협업체계와 융·복합을 강조했고 이날 국무회의 때도 “부처 이기주의를 보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다른 건설단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종합건설사만 해도 4월 기준으로 1만923곳 중 99.0%인 1만820곳이 법정기준상 중소기업이고 전문건설사의 경우 99.2%(3만9317곳 중 3만9012곳)가 중소기업이다”며 “반면 경영컨설팅, 정보화·교육지원, 건강진단제도 등 다각적인 중기지원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정책자금 융자에서도 건설업종은 5개 소업종에 한해 받을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권오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동일한 중소기업에 대해 정책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국가통치상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런 식이라면 ‘중소기업청’이란 이름도 아예 ‘제조업청’으로 바꿔야 한다”라며 “정부가 서둘러 ‘중소기업은 제조업’이란 편견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부처간 이기주의까지 극복해야 제대로 된 중소기업 육성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