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 다양한 평가요소로 등급 산정 바람직
反 인정기술자 부활…국가기술자격 훼손

건설기술자의 역량지수로 등급을 산정하는 내용의 건설기술진흥법(건설기술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 및 관련고시 개정안에 대해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술등급의 새로운 개편방식에 가치를 부여하며 즉각적인 제도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반대하는 쪽에서는 기술자 역량지수의 도입이 사실상 학경력 제도의 부활을 의미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등급산정 방식이 국가기술 자격체계의 기틀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하위법령 및 고시 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건설기술자 역량지수(ICEC, Index of Construction Engineer’s Competency)’ 도입을 골자로 등급체계를 개편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5월 개정된 건설기술진흥법이 5월 23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고, 이에 따른 하위법령 개정안 및 개정고시도 같은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등급체계 기본골격 바꿔 = 건설기술자 등급체계 개편의 시발점은 건설기술관리법의 개정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법령의 이름을 ‘건설기술진흥법’으로 바꾸고 산업구조 고도화 및 해외진출 지원 등을 기본계획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난해 7월 12일부터 8월 21일까지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건설기술자 관리체계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건설기술인력 등급체계의 기본골격을 바꿔 기술자격자와 학경력자 구분없이 기술자의 역량평가 결과에 따라 승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 등급기준은 건설기술자를 기술자격자와 학경력자로 구분해 자격 및 경력, 학력 등에 따라 등급(특급·고급·중급·초급)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사만이 특급기술자가 될 수 있으며, 기사 또는 산업기사는 특급기술자로 승급이 불가능하다. 또 박사, 석사, 학사, 고졸자 등 학경력자는 아무리 많은 경력을 쌓아도 초급기술자 이상으로 승급할 수 없다.

국토부는 건설기술관리법령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방식을 새롭게 개편하기로 했다.
즉, 경력·자격 및 학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건설기술자 역량지수’로 등급을 산정하도록 했다. 다만, 개정 규정으로 인해 기술자의 기존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경우에는 기존 등급을 인정하도록 했다.

‘건설기술자 역량지수’는 경력 및 자격, 학력, 교육에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정하고 세부사항은 국토부 고시로 위임하도록 했다.

□ 고시 개정안 주요 내용 = 이와 관련, 국토부는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3일까지 ‘건설기술인력의 경력인정 방법 및 절차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고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건설기술자의 기술등급을 특급과 고급, 중급, 초급 등 4등급으로 나눴다.

역량지수 75점 이상이면 특급을, 75점 미만 65점 이상이면 고급을 받을 수 있다. 또 역량지수 65점 미만 55점 이상이면 중급을, 역량지수 55점 미만 35점 이상이면 초급을 받을 수 있다.

역량지수는 자격지수(40점 이내) 및 학력지수(20점 이내), 경력지수(40점 이내), 교육지수(3점 이내)를 합해 산정하게 된다.

자격지수는 자격종목에 따라 배점이 달라진다.
기술사 및 건축사는 40점을 받고 기사 및 기능장을 30점을 받는다. 또 산업기사는 20, 기능사는 15점을 받고 기타 종목은 10점을 받게 된다.

학력지수 역시 학력사항에 따라 배점이 달라진다.
학사 이상은 20점을 받고 3년제 전문학사는 19점을 받는다. 또 2년제 전문학사는 18점을, 고등학교 졸업자는 15점을 받는다. 국토부 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에는 12점을, 고졸 미만은 10점을 얻는다.

경력지수는 ‘(logN / log40) × 100 × 0.4’이라는 복잡한 산식에 따라 점수를 매기게 된다.
이 때 N은 건설기술자가 실제 건설공사업무를 수행한 경력 등에 따라 해당 보정계수를 곱한 경력의 총합에 365일을 나눈(분야별 총 인정일/365) 값으로 한다.

이 밖에 교육지수는 35시간 교육을 이수할 때마다 1점의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 기술사회, 강력 반대 =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경력 및 자격, 학력 등을 종합하는 방식의 새로운 등급체계를 마련했다는 것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주로 현장의 실무경험을 중시하는 기술자들이 찬성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한국기술사회 등에서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강한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지난 2005년 폐지된 학경력기술자(인정기술사) 제도가 사실상 부활하게 되며, 이는 국가최고 자격인 기술사가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와 관련, 기술사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시정 탄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기술사회는 탄원서에서 “지난 2005년 11월 국무조정실 및 9개 부처 공동으로 기술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각 법령의 특급기술자 등급에 기술사만 승급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산업기사 → 기사 → 기술사로 이어지는 국가기술자격의 등급체계가 인정되지 않아 국가기술자격제도의 실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술사회는 “개정안의 경력산정 방식을 보면 공무원 등 발주청 소속 기술자들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특정그룹에 대한 특혜로 볼 수 있으며, 은퇴 후 재취업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국토부, 기술사회 반박 = 이에 대해 국토부는 13일 “기술사 외 68만 명에 이르는 대다수 일반 건설기술자를 위한 합리적 제도개선에 대해 기술사들이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술사회의 주장은 기술사의 독점적 권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토부는 “자격, 학력, 경력을 연계해 기술자 등급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라며 “이는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건설현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던 건설기술자들을 우대하는 제도로서, 현 정부 국정과제인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 만들기’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퇴직관료에게 특급기술자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술사회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현재도 공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반 건설기술자와 마찬가지로 경력인정을 하고 있으며, 개선안에서는 건설기술자 경력 산정 시 가산율제를 적용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기술자 등급체계 개편을 위해 지난 2011년도부터 기술사회를 포함해 약 20차례에 걸쳐 관계기관이 참가한 가운데 간담회를 여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개선제도 방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