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부터 상습 체불업체 명단이 공표되고, 공공공사의 하도급 계약정보가 공개된다. 또 하도급공사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법령에 명시되는 한편, 저가낙찰 공공공사의 하도급대금을 발주자가 직접 지급하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개정안이 14일 공포돼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하도급대금, 건설기계대여대금 등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건설업체는 그 명단이 공표된다.

　최근 3년간 2차례 이상 대금을 체불해 행정처분을 받은 건설업체 가운데 체불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 명단을 공개하고, 그 결과를 시공능력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실업체의 고의적인 부도 및 잠적으로 인한 체불 피해사례가 꾸준히 발생함에 따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하도급업체가 상습 체불업체와의 계약을 기피하게 돼 대금 체불이 사전에 차단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또, 앞으로 공공공사를 시행하는 발주자가 하도급계약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현재 공공공사의 원도급계약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고 있지만 하도급계약 정보는 계약 당사자 외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원도급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저가계약, 이중계약 등을 하도급자에게 강요하는 경우 이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앞으로는 공공공사 발주자가 하도급업체, 하도급금액 및 하도급률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결과적으로 하도급업체 선정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관리될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했다.

　하도급공사에 대한 하자담보 책임기간도 건산법에 명시된다.

　현재 건산법은 원도급공사의 하자기간만 정하고 있고, 하도급공사의 하자책임은 원ㆍ하도급 계약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법정 하자기간보다 긴 하자기간을 강요하는 불공정 사례가 있었다.

　저가로 낙찰된 공공공사에 대해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의무적으로 직접 지급하는 방안도 확정됐다.

　저가 낙찰공사는 하도급대금 체불 우려가 높지만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그동안 직불을 요구하는 하도급업계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산법 개정으로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직불이 저가 낙찰공사까지 확대됨에 따라 하도급대금 체불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어디서부터 저가 낙찰공사인지 구체적인 기준은 앞으로 하위법령에서 규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를 발급할 때 하도급업체에게도 그 내용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겼다.

　지금까지는 보증기관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를 발급할 때 발주자와 원도급업체에게만 그 사실을 통보하기 때문에,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를 속일 경우 하도급업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하도급업체가 보증서 발급 여부를 모르거나 원도급업체가 이미 발급한 보증서를 중도에 해지한 사실을 몰라서 피해를 입는 사례가 해소될 전망이다.

　이밖에 개정안은 발주자의 하도급계약서 점검 의무화, 반복적 등록기준 미달업체에 대한 제재 강화, 건설기계대여대급 지급보증서 미교부 시 발주자 직불 의무화 등도 규정했다.

　문성요 국토부 건설경제과장은 “이번 건산법 개정으로 작년부터 지속 추진 중인 건설산업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에 대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게 됐다”며 “건설산업 전반에 공정한 시장 문화가 정착되고 대ㆍ중소 기업의 공생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