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심사제 시범사업의 선도 발주기관으로 알려졌던 수공과 도공의 발주시점 연기 배경은 궁극적으로 종심제를 현행 최저가낙찰제보다 나은 입찰방식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다. 최저가의 대안으로 종심제가 도입되는 마당에 최저가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도입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운찰제로 전락한 최저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낙찰률 하락에 있다. 현행 최저가는 기술의 변별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경쟁을 부추겨 저가투찰의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다. 저가투찰은 업체 입장에서는 적자시공을, 발주기관에는 시공품질의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종심제의 핵심은 가격경쟁을 최소화하는 대신 공사수행능력, 즉 기술의 변별력을 강화한 데에 있다. 그러나 기술의 변별력을 지나치게 강화한 나머지 소수의 업체가 수주를 독점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게 발주기관들의 고민이다.

　특히 기재부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공사수행능력 부분의 평가 항목 가운데 새로 도입된 동일공종그룹 중 매출액비중(선택)과 시공평가점수(필수)가 낙찰자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령 교통시설의 경우 A사의 토목 전체 매출이 100억원, 이 중 교통이 60억원이고, B사가 각각 50억원ㆍ40억원이라면, 절대 매출액은 A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매출비중에서 B사(80%)가 A사(60%)를 앞서 20%p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또한, 시공평가점수에서도 A사가 최근 10년간 해당 발주기관의 공사 10개를 수행해 평균 90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B사가 1개 공사 수행에 95점을 받았다면 B사의 점수가 더 높게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처음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는 향후 3~5년간은 상위권에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평가방식은 지역공동도급에도 영향을 미쳐 지역의무공사가 나온다 하더라도 매출액비중이나 시공평가점수가 높은 지역의 1~2위 업체만 수주를 독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주기관은 매출액비중이나 시공평가점수보다는 공사수행능력평가 항목 중 현행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에 해당되는 시공실적(필수) 부문의 변별력을 높이길 희망하고 있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시공품질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발주기관 입장에서는 매출액비중보다 시공실적이 더 중요하다. 수주의 편중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공실적의 변별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공실적의 변별력을 어디까지 높일 것인지 역시 고민이다. 시공실적의 변별력을 높여 전체 공사수행능력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업체가 여러 개 나온다고 한다면, 해당 업체간의 가격경쟁이 불가피해 현행 최저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낙찰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른 발주기관 관계자는 “기술의 변별력을 확보하면서 낙찰률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발주시점까지 TF 활동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