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직류송전’ 美·加 대학 교재로 쓰여

충주고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김찬기 부장은 1996년 전력연구원에 입사한 이후 줄곧 HVDC 연구에 매진해 오고 있다. 그의 이름이 처음 세간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영국국제인명센터(IBC)의 ‘2006년 100대 공학자’에 선정됐다는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그러나 김 부장은 자신의 그런 이력에 대해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뜻밖의 자평을 먼저 내놨다.

“HVDC와 발전기의 역학관계를 규명한 논문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그런 선정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 그 일은 사실 그렇게 권위있는 것이라거나 높이 평가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는 『HVDC TRANSMISSION : Power Conversion Applications in Power Systems』(이하 ‘직류송전’)가 출판된 것과 그 책이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더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직류송전’은 우리나라 출신의 전기전자 분야 공학자가 쓴 책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정상급 대학의 교재로 채택된 것이며, 현재 미국 위스콘신대, 캐나다 토론토대, 중국 칭화대를 비롯해 HVDC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 기업인 ABB와 알스톰에서도 교재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직류송전에 대한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산업계의 고급 엔지니어 또는 박사급 이상을 대상으로 쓴 것입니다. 내용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내용으로 널리 인정을 받아 학계와 산업계 곳곳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죠.”  

국내 HVDC 기술 성장 전망 밝아

HVDC 시스템은 사이리스터 밸브를 이용하는 전류형 시스템과 IGBT 소자를 이용하는 전압형 시스템의 두 가지 방식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들 방식은 서로 많은 부분에서 기술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제각기 상이한 장단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전류형 HVDC 시스템은 전류 및 전압의 제어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 소자인 사이리스터(Thyristor)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사이리스터 소자는 8.5kV에 4500A규모로, 용량이 비교적 큰 편이죠. 그런데 사이리스터의 특성상 무효전력 발생에 의한 고가의 무효전력 보상설비가 필요하고, 교류-직류 변환시 발생하는 고조파 방지를 위한 필터 또한 필수적이에요. 이에 비해 전압형 HVDC는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소자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압의 정격용량이 작지만 on-off 기능이 있고 고조파 필터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요. 가장 큰 단점은 변환 과정에서의 스위칭 손실이 전류형에 비해 크다는 것인데,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손실률이 1%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시장성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종합하자면 현재까지는 2GW 이하에서는 전압형이, 그 이상에서는 전류형이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 할 수 있죠.”

HVDC는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기술집약도가 매우 높아 시장 진입이 어렵기로 정평이 난 기술 중 하나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까지 전 세계 HVDC 시장의 95% 이상은 오래 전부터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글로벌 기업들인 ABB, 지멘스, 알스톰의 3개사가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초 LS산전이 한전과 프랑스 알스톰의 합작법인인 KAPES로부터 기술이전 및 제작사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전류형 HVDC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효성이 2012년 전압형 HVDC 기술 국책과제 수행사업자로 선정된 이래 전압형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김찬기 부장은 현재 국내 기술력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수년 내에 글로벌 HVDC 기업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도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조심스레 제시했다.

“아직 우리나라의 HVDC 기술력은 세계 수준에서 보면 조금 부족한 수준이나, 전류형의 경우 2년, 전압형은 3년 이내에 외국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연구진들의 수준 또한 상당히 우수하기 때문에 발전의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HVDC 기술 워크숍, 정례화 필요”

향후 한·중·일·러를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과 대형 해상풍력단지 조성 등의 과제를 수행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할 때, 장거리 송전에 유리한 HVDC는 이러한 사업들을 성공리에 추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런 중요성에 비해 일반 사회의 HVDC에 대한 인식 수준은 아직 낮은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원활한 기술 개발 및 사업 추진을 위해 실질적으로 R&D를 수행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투자 강화와 함께 산업계 전반의 각성이 필요한 실정이다.

“독일의 지멘스 같은 경우 10년간 일거리가 밀려 있어요. 시장 진입은 어렵지만 이미 진입한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블루오션이라는 얘기죠. HVDC 개발에는 엄청난 투자와 기술집약,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보다 확실한 투자와 R&D를 추진해 연구개발 초기의 난관을 먼저 돌파한 뒤, 해외 수출 등의 큰 일감이 생기면 중소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김 부장은 HVDC 기술의 보다 큰 이슈화를 위해, 국내 HVDC 분야의 유대를 및 기술교류를 강화하고 산·학·연 각계의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워크숍 또는 학술세미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리나라의 전기산업은 독일, 일본 등과 같은 세계적 기술 수준의 국가들과 기술로써 경쟁해야 될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그러한 시대적 요구의 정점에 있는 기술이 바로 HVDC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개최되는 ‘2014 HVDC 기술 워크숍’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잘 파악한 좋은 취지의 행사라고 생각하며, 향후 이러한 워크숍 또는 학술세미나를 정례화시켜 산학연은 물론 정부 인사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대거 참여하는 기술 교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HVDC 전반을 다루는 워크숍이지만, 차기 행사에서는 밸브 개발, 기술표준, 학술상 제정 등 보다 세부적인 사안 또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